"경찰 부실수사 보완한 건 검찰…피해자 권리 빠진 개혁" 강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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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수사 보완한 건 검찰…피해자 권리 빠진 개혁" 강력 규탄

이데일리 2026-07-15 15:47: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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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씩 걸리는 보완수사를 요구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인천 강화도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한지유(가명)씨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피의자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형사절차의 또 다른 당사자인 피해자의 권리는 개정안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1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또 한 번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1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또 한 번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찰의 부실수사나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될 뻔했다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가 변경되거나 추가 증거가 확보된 피해자와 유족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결국 피해자의 마지막 권리구제 수단을 없애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범인은 잡았지만 저를 보호해 준 사람은 없었다”며 “몸에 남은 상처조차 직접 사진을 찍지 못할 정도로 불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최초 중상해 혐의로 송치됐던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 등 살인미수로 변경된 점을 언급하며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진실은 영영 가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집단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씨도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서 “송치해서 보완수사를 받으면 일이 많아진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피해자인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 헤매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는 제게 구원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딸을 잃은 유족 역시 “26일 동안 딸이 뇌사 상태였지만 담당 경찰관 한 번 만나지 못했고, 사고 영상도 직접 찾아 제출해야 했다”며 “검찰이 추가 증거를 확보하면서 강간 목적 살인 혐의가 적용됐고 형량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또 한 번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1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또 한 번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주아 기자)


판사 출신 오지원(사법연수원 34기) 법률사무소 법과 치유 대표변호사는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넘어 사실상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검사가 경찰이 보낸 기록만 검토한 채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지도 못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공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쟁점이 드러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겨둔다고 해도 사건 기록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는 동안 절차는 계속 지연된다”며 “대구지검 분석에서도 지난해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평균 회신 기간은 53.2일, 최장은 381일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기원 의원안처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나 구속사건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절충안이 논의될 수는 있지만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현행 논의에는 중대범죄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안지희(변호사시험 6회)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가장 빠져 있는 것은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현재는 수사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알리는 것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 노력의무에 불과하다”며 “압수수색 여부나 감정 결과,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정기적으로 통지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열람할 수 있는 기록은 자신이 제출한 자료와 진술 정도에 그친다”며 “수사기관이 어떤 수사를 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의신청이나 재정신청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또 “6개월 이상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수사기관이 일정 기간 안에 담당자 변경 등 조치를 하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기보다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오선희(사법연수원 37기)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동일 범죄 범위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중대범죄에 한해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필요하다”며 “이 문제는 경찰이 무능하고 검찰이 유능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 설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1심 재판의 오류를 항소심과 상고심이 바로잡듯 수사 역시 상호 검증 장치가 있어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현재처럼 일부 혐의는 송치되고 일부는 불송치되면서 사건이 서로 다른 검찰청으로 흩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전건송치 제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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