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27)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준우승을 일군 지난 시즌을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으로 돌아봤다. 이정현은 14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본지와 만나 “개인 기록만 보면 5관왕에 올랐던 시즌이 더 좋았다. 지난 시즌은 팀원들과 부담을 나누며 뛰었고, 함께 이겼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컸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과정을 통해 소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승 반지를 놓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2명 체제와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확보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출전이라는 과제를 마주한다. 대표팀에서는 부상으로 일본전을 뛰지 못한 뒤 월드컵 예선 윈도4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즐거웠던 소노의 봄
이정현이 지난 시즌을 특별하게 기억한 이유는 팀 안에서 달라진 자신의 역할에 있었다. 이전에는 많은 공격 부담을 홀로 짊어져야 했다면, 지난 시즌에는 동료들과 책임을 나누며 경기를 풀어갔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은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농구였다. 부담을 나누면서 뛰었고, 팀이 함께 이겼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출발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노는 시즌 초반 원하는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정현도 답답함을 느낀 시간이 있었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힘든 시간도 많았고, 농구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팀은 방향을 끝까지 유지했다. “선수들과 감독님 모두 우리의 농구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다. 끝까지 버티면서 조금씩 손발이 맞아 들어갔다”는 게 이정현의 설명이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6라운드 안양 정관장전과 서울 SK와 6강 PO 2차전을 꼽았다. 정관장전은 소노가 구단 사상 첫 6강 PO 진출을 확정한 경기였다. 그는 “그 경기에서 패하면 최종전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힘든 경기 끝에 역전승으로 봄 농구 진출을 확정했다. 농구 인생 처음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자신의 생일인 4월 14일 열린 SK전에서는 전반 열세 속에서도 팬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소노는 역전승을 거뒀다. 이정현은 “경기 뒤에도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축하해 줬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소노와 이정현 모두 첫 우승을 노린 챔피언결정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정현은 “우승 반지까지 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하위권에 머문 시간부터 10연승, PO와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겪었다.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후련함도 크다”고 돌아봤다. 이제 시선은 더 바빠질 새 시즌으로 향한다. 다음 시즌 프로농구는 2~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을 허용한다. 국내 선수들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한 변화다. 또한 변화한 환경 속 EASL이라는 새로운 무대도 마주한다. 이정현은 “EASL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경기한다는 설렘도 있다. 리그와 EASL,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으로 이어지는 책임감
이정현의 비시즌은 길지 않다. 챔피언결정전 이후 짧은 휴식을 보낸 뒤 대표팀 일정에 합류했고, 경기 도중 부상도 입었다. 현재는 소노에 돌아와 재활과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이정현은 “큰 부상은 아니지만 팀에 돌아와 몸 상태를 관리하고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시즌 준비와 대표팀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부상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부상으로 일본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일은 마음에 남았다. 한국은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하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정현은 코트에 서지 못했다. 그는 “패하면 탈락하는 경기였고, 홈에서 열린 중요한 경기였다. 부상으로 뛰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 승리했고, 윈도4로 이어지는 기회를 얻었다. 동료들에게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 윈도4에서 다시 경쟁에 나선다. 첫 상대는 레바논이다. 이정현은 “레바논의 최근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이미 맞붙어 본 팀이고 어떤 농구를 하는지는 알고 있다”며 “대표팀에 합류하면 영상을 보며 전략을 준비할 것이다. 선수로서는 그 방향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현재 위치도 안정권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정현은 “두 경기를 모두 잡고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이정현 개인과 소노 모두에 중요한 변수다. 금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이정현의 향후 커리어와 구단의 새 시즌 구상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이정현은 이를 부담보다 준비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그는 “아직 큰 부담이나 떨림은 없다. 결국 선수 각자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시간이 남아 있고 점검할 경기들도 있다.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평가전부터 월드컵 예선, 아시안게임까지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몸 관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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