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집권 2년 차를 맞아 부처 장벽을 허무는 전방위적 개혁과 비정상적 관행의 척결을 강력히 주문했다.
담합과 세금 체납, 보조금 부정수급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고질적 병폐에 대해 과감한 인력 증원을 통한 집중 단속을 지시하는 한편,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채무 조정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속한 가짜뉴스 대응 체계 구축 등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1년 성과 위에 얹은 ‘3년11개월 개혁 로드맵’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재정경제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 국가데이터처,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 등을 대상으로 한 첫 업무보고를 주재하며 남은 임기 동안의 확고한 국정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체로 부처들이 지난 1년을 지나면서 많은 성과를 내며 잘 해주셨다”며 “이제 앞으로 남아있는 3년 11개월가량의 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국정 동력의 고삐를 죄었다. 이어 각 부처 공직자들에게 “국정기획목표에 부합하도록 장기적인 정책집행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집권 2년 차의 성공 여부가 국가 체질 개선에 달려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과 혁신, 두 가지가 모두 잘 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흐름으로는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독려했다.
과도한 보고 부담을 경계하는 유연한 태도도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잘 해온 부처는 자신이 있을 것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처는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면서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저보다는 우리 국민들께 보고드린다는 생각을 갖고서 쉽고 간략하게 보고를 해달라”고 전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국민이 직접 정책 평가에 참여하는 개방형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가 이달 초 사흘간 모집한 200여 명의 국민참여단이 자리를 함께했다. 신청 비중은 교육부(16.1%)가 가장 높았고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순이었다. 참여단 구성도 세대·성별은 물론 직장인·자영업자·프리랜서·주부 등으로 고르게 짜여 민생 여론을 폭넓게 담아냈다.
◇담합·체납과의 전쟁…‘한시적 공공 일자리’로 돌파구 마련
이 대통령은 시장의 독과점 횡포와 고의적 조세 회피를 국가 경제를 멍들게 하는 대표적인 악습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인력을 증원해서 과감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엔 너무 비정상이 많다. 마치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일상화돼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민생 침해 사례로 유통 및 정유업계의 불공정 거래 행태를 직접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정위가 정말 ‘열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담합이나 물가 농단이 아주 일상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예를 들면 국제 원유가가 오른다 싶으면 정제 석유 제품(가격)을 미리 다 올리고, 또 (국제 원유가가) 내릴 때는 (제품 가격을)잘 안 내리는 것이 국민들의 일상적인 불만”이라며 “으레 그런 것처럼 방치되고 있는데 사실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단호한 태도를 주문하며 “몇몇 이익을 위해 국민과 경제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방치돼왔지만 지금은 시정되고 있다”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엔 각고의 노력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단속 인력 보강이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이어지는 경직성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이번 기회에 (공무원) 정원을 늘려놓자’ 이렇게 가면 안 된다”며 “한시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누적 체납액 징수에도 고강도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체납된 국세, 국세외수입도 백수십조원이 밀려있는 것 아니냐”며 “당연히 밀린 것을 안 내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세금 낸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나”라고 역설했다.
이어 “인력을 동원해 독촉하면 잊어버린 사람은 (체납 세금을) 내고, 여력이 있는데 안 내던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보고 낸다”며 징수율 제고를 위한 인력 투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과제로, 그럴 때 좀 과감하게 하자”며 “옛날 규정과 형식에 얽매여 실질을 포기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용 둔화 국면에서 이러한 행정 인력 배치가 고용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더군다나 고용 상황도 안 좋은데, 이런 생산적인 공공 일자리는 많이 만들수록 좋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인력을 줄여나가면 된다”고 전략적 유연성을 제안했다.
국가 보조금의 부정한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획기적인 신고 보상 제도 개편안도 다뤄졌다. 대구 서구의 도시재생사업 보조금 관리 부실에 대한 국민참관단의 날카로운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즉각 응답했다.
특히 신고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책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발굴해 신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범죄행위를 신고해 국가가 환수하면 그 금액의 30% 정도는 기본적으로 신고자 또는 기여자에게 지급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적으로 신고하고 돈 벌겠다고 하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며 부패 신고의 ‘시장화’를 예고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이러한 엄정 기조에 힘을 실었다. 한 총리는 “신고도 강화해야 하지만 지원 사업에 응모하는 기업들이 (부정 수급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너무 약한 것 같다”며 일벌백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너무 온정적”이라고 공감하며 “실수면 시정하면 되지만 일부러 부정수급을 위해 한다고 한다면 그 회사는 아예 (응모 기회를) 안 주거나 해산시키든지 (해야 한다)”라며 강력한 시장 퇴출 기전을 예고했다.
실무 부처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민간·지방 보조사업 1만2000건 이상을 10월까지 전부 조사하고 있다”며 “신고 포상금과 함께 제재부가금과 관련된 시행령 및 법 개정 등도 지금 서두르고 있다”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보고했다.
◇가짜뉴스는 사회질서 파괴 범죄…국가데이터처 ‘CDO’로 격상
정보기술(IT) 고도화에 따른 디지털 부작용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국가 안위 및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팩트체크 시스템 가동을 촉구했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오보 및 가짜뉴스 자동 검증 플랫폼 구축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가짜뉴스가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고, 공동체를 파괴할 정도로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군 장비 관련 오보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언론의 책임감을 환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소총이 싸구려 옛날 소총인데 대통령은 자기 혼자 비싼 최신 소총을 갖고 자랑한다는 기사를 1면에 쓰는 언론도 있더라”며 지난달 연평부대 방문 당시 불거졌던 논란을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군 17만 명한테 지급돼 거의 보편화된 총기인데 그런 엉터리 기사를 써서 정부를 공격하는 일들도 사실은 즉각 즉각 팩트체크가 가능했다면 안 생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 가짜(뉴스)를 즉각 분석하고 팩트에 기반해 반론하는 것도 시스템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짜뉴스 필터링 시스템 개발을 강하게 추동했다. 이에 안형준 처장은 “내년에 바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신속한 개발 이행을 약속했다.
가짜뉴스의 생산지를 뉴미디어 영역까지 감시망을 넓힐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것은 거대 언론사 하나의 문제기도 하지만, 유튜브라든지 온 동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며 “데이터처의 역할이 그런 사회질서 훼손에 대응하는 것도 있다”고 명시했다. 매년 쏟아지는 수천만 건의 민원에 대해서도 “인공지능 대응으로 ‘이건 팩트고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면 국민 불안도 확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데이터처가 옛날 통계청처럼 통계나 관리하고 객관적 팩트나 찾아보는 기능이 아니라 대한민국 데이터 최고 책임자, 즉 ‘CDO’라고 생각하고 업무하셔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차관급인 데이터처의 직급을 두고서도 “장관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생각도 얼핏 들긴 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며 남다른 기대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관행에 의존하거나 다른 나라 사례에 의지하거나면 안 되고 첫 길을 낸다고 생각하고 모범 사례를 끊임없이 발굴하라”고 혁신적 도전을 촉구했다.
서민 및 한계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전향적인 채무 재조정을 주문하며 야당 일각과 보수 학계의 ‘포퓰리즘론’을 정면으로 정죄했다.
◇“도덕적 해이론은 선동”…서민 채무, 과감한 탕감으로 돌파
이 대통령은 “빚을 졌는데 갚을 능력이 없으면 파산·면책하고 다시 재출발시키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신속한 채무 정리 정책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또한 “빨리 탕감해줘야 그 사람이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고, 그래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느냐”며 부채 탕감이 단순한 시혜가 아닌 경제 정상화를 위한 실용적 수단임을 명확히 했다.
사법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신용 회복이 지연되는 국내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은 이런 게 아주 일상적으로, 편하고 빠르게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어렵다”며 “못 갚는 빚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돼 경제활동을 못 하고, 결국 공동체 전체가 손해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채무 탕감이 금융 시장의 기강을 흔들고 모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무책임한 선동”이라 했다.
이 대통령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다”라며 “누가 몇천만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서 취직도 못 하고, 예금계좌도 개설 못 하고 집도 못 얻고 압류당하고 그러고 살겠느냐”고 되물었다. 장기 연체로 인한 가혹한 사회적 낙인과 제약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의로 채무 이행을 회피할 차주는 극히 드물다는 현실론적 분석이다.
부처가 비판 여론에 위축되지 않고 주도적으로 소외 계층 보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비난이나 선동 때문에 할 일을 안 하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오히려 금융기관이 장기 연체 채무자들을 가혹하게 관리하는 게 도덕적 해이”라며, 금융권의 지나친 채권 회수 일변도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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