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점포들이 기약 없는 대규모 휴업에 돌입한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소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탓을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게로 돌리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다.
메리츠금융은 담보인 홈플러스 점포들이 처분될 시 선순위자로 지원 요청을 받을 만한 지위이며 실제로 이에 협조해 오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점포 자산을 현금화했던 MBK는 운영자금 지원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MBK는 사회적 책임하에 회생 관련 4000억원 재무 부담을 지원하고 있단 입장이지만 추가적인 자구책을 구체화한 게 없다. 홈플러스가 파산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14조원 자산가인 김병주 회장에게로 다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운영자금 부족에 홈플러스 영업 중단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전 점포 영업을 전격 중단했다. 다만 홈플러스는 사전에 채권자, 임직원, 점포 입점사 등에 알리지 않고 이날 오전 10시경 전국에 남아있던 67개 매장 영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점포 중단 사유는 운영자금 부족인데 이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내린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라는 판단과 관련된다. 법원은 당시 이를 결정하며 오는 20일까지 2000억원 규모로 긴급운영자금(DIP) 확보 방안을 내면 회생절차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이 2000억원이라는 운영자금을 대야 할 주체는 대주주인 MBK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다. 문제는 MBK가 자구책보다 메리츠란 채권자를 통한 지원에 여전히 목을 매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MBK는 운영자금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사실상 메리츠금융 탓으로 돌리고 있다.
MBK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주 채권단 메리츠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단 1원도 홈플러스에 집행하지 않았고 또한 1000억원만 대출해 줄 수 있다(그것도 MBK와 김병주가 담보 차원에서의 보증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이는 법원 결정문에 다 나와 있는 팩트”라고 말했다.
메리츠, 운영자금 절반 지원 입장 고수
MBK 측이 메리츠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실제로 다르진 않다. 메리츠 측 역시 운영자금 2000억원 중 그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해서만 MBK와 김 회장 보증하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전액 금융 지원을 바라는 MBK로선 아쉬울 수 있다. 다만 대주주도 아닌 채권자 금융사가 운영자금 절반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으로 지원 의사를 결정한 부분임을 감안해야 한다. 메리츠를 무작정 비난하긴 어렵단 얘기다.
메리츠가 말만 한 상황도 아니다. 메리츠는 MBK가 지급보증 의사만 밝히면 1000억원 출금이 곧장 가능하도록 에스크로 계좌에 자금을 예치해 놨다. 금융사로서 리스크가 있는 지원에 대해 보증을 전제로 두는 건 불가피했지만 말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담보나 지급보증 없이 2000억원을 달라고 하면 상장사 입장에선 망해가는 회사에 그냥 지급했다가 잘못되면 배임 혐의가 될 텐데 상장사가 그렇게 할 수 없다”라며 “MBK에서 보증만 쓴다고 얘기하면 바로 출금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메리츠는 전일 홈플러스 일반 노조와 면담을 진행해 MBK를 포함한 3자 회동 추진에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같은 날 또 다른 홈플러스 노조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와의 면담 일정을 당일 취소한 걸로 알려진 MBK 행보와 대비된다.
MBK 지원 못 늘리나…‘사재출연’ 김병주 재소환될 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채권 1조3000억원 규모를 보유한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잡아둔 점포는 61곳이다. 이중 70% 가까이 매장은 알짜 점포로 꼽히며 42곳은 토지와 건물 모두 홈플러스 소유인 단독 건물로 개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선 메리츠가 매각 및 개발로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며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 손해 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간 자산을 모두 회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데다 원금 회수율도 낮을 수 있어 부담이 없지 않다고 보는 메리츠 시각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메리츠가 손해 볼 게 없다며 운영자금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논리는 이 같은 자료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MBK는 인수 후 점포 매각 등으로 이미 현금화한 자산이 4조원 이상인 반면 재투자한 금액은 8000억원에 그친 수준이어서다.
여기에 MBK가 재무 부담을 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4000억원을 단순히 더해도 이미 인수로 발생한 빚을 갚고 수익을 나누는 등에 썼을 4조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함에도 외부에서만 운영자금을 추가 확보하려는 모습은 대주주 MBK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국 시선은 지난해 사재출연에 나섰던 김 회장에게로 다시 향할 수 있다. 올해 기준 포브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순자산 14조원을 보유한 세계 346위, 대한민국 2위 자산가다. 한때 홈플러스 사태를 주주서한에 ‘잡음’으로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사태 반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그에게 달려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국민적 신뢰도를 되찾으려면 소탐대실하지 말고 사재 출연이든 뭐든 지난해 확실하게 살렸으면 됐을 것”이라며 “지금은 2000억원이 진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돈이지만 국민들에게 내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시장에 신뢰를 위한 시그널을 줘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납품업체와 협력업체 등도 한번 살려 보겠다 라고 한번 머리를 싸매고 고통 분담을 할 각오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고 지급보증한 순간 매출이 40% 뛴 걸 보면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가 형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김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해결과 관련 현금으로 지원했다고 알려진 금액은 400억원이며 지난 3월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연장을 위해 투입된 자금은 DIP 형태로 1000억원이다. 이는 김 회장이 자택 등을 담보로 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자금 500억원이 포함된 금액으로 알려졌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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