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글로벌 K뷰티 열풍으로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가 전례 없는 수주 호황을 맞았지만, 급격하게 짧아진 제품 트렌드가 제조 현장의 생산 효율을 급격히 저하시키면서 업계 수익 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과거 수개월 단위로 이뤄지던 색조 화장품 발주는 최근 2주에서 한 달, 일부 제품은 일주일 안팎까지 단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을 중심으로 색조 트렌드가 빠르게 생성·소멸되는 시장 환경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사들은 유행이 식기 전에 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기 주문량을 최소화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추가 생산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발주 전략을 바꾸고 있다.
반면 제조사는 주문 한 건당 물량은 줄어드는데 금형 제작과 샘플 개발, 설비 세척, 생산라인 전환 등 준비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색조 제품은 기초화장품보다 이 같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립 제품, 아이섀도, 블러셔 등은 색상과 제형뿐 아니라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이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사별 차별화 요구에 따라 새로운 금형을 만들거나 전용 용기와 부자재를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제품 교체 주기가 짧을수록 고정비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ODM업계의 경쟁 기준도 바뀌는 중이다.
이전까지는 대규모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고객사의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하고 생산라인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해진 탓이다.
대형 ODM과 중소 ODM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화 설비와 생산라인을 충분히 갖춘 대형 업체는 주문 변동에 대응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설비와 인력이 제한된 중소 업체는 잦은 생산 전환과 긴급 납기 대응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납기 대응력과 원가 관리 능력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속도 경쟁이 심화될수록 품질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색조 제품은 원료 배합과 생산 환경에 따라 발색과 사용감이 달라질 수 있어 충분한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납기 단축 경쟁이 과열될 경우 제조사의 채산성은 물론 제품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화장품 ODM업계 관계자는 “색조 고객사와 주문 건수는 늘었지만 유행이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한 제품을 충분한 기간 생산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가 어려워졌다”며 “짧은 납기에 맞춰 금형과 용기 개발, 생산라인 전환을 반복하면 주문이 늘어도 수익이 그만큼 발생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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