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세영이 4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견고해진 내공을 증명하며 안방극장의 반가운 귀환을 알렸다. 특유의 정확한 딕션과 서사가 담긴 깊은 눈빛은 복잡다단한 가족극의 서막을 열기에 충분했다.
박세영은 지난 6일 첫 방송된 MBC 새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2022년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이후 4년 만에 복귀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태어난 순간부터 가족을 무너뜨린 존재로 낙인찍힌 한 아이와, 냉혹한 편견과 운명에 맞서 자신의 삶을 되찾아 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박세영은 부모의 불륜으로 태어나 평생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품고 살아온 한국화 전공자 ‘나지니’ 역을 맡아 첫 회부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베일을 벗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박세영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꽂히듯 전달하는 정확한 발성과 안정적인 발음은 배우로서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특히 감정을 섣불리 쏟아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이 가진 사연을 묵직하게 담아내는 눈빛 연기가 압권이었다. 남들 앞에서는 애써 밝게 행동하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스치는 외로움의 잔상은 인물이 처한 복합적인 상황에 시청자들을 빠르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박세영의 활약은 지난 2015년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혜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과거 오혜상과 지금의 나지니는 성격이나 처한 환경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출생을 둘러싼 비밀과 가족이라는 지독한 굴레 속에서 늘 불안과 욕망을 동시에 품고 극의 핵심 갈등을 이끈다는 점에서 두 캐릭터는 묘하게 맞닿아 있다. 박세영은 과거 오혜상 시절에도 흡인력 있는 눈빛과 또렷한 대사 전달력으로 입체적인 악역을 완성해 내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박세영은 한층 성숙해진 변주를 보여준다. 과거 오혜상이 살아남기 위해 날 선 독기와 악행을 뿜어내는 인물이었다면, 나지니는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지만 내면의 깊은 결핍과 상처를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박세영은 자칫 평면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말·일일극 특유의 서사 속에서 인물의 다층적인 매력을 안정적으로 풀어내며 4년의 공백 동안 자신의 연기적 강점이 얼마나 깊고 정교해졌는지를 초반부터 분명히 보여줬다.
박세영은 “나지니는 주어진 편견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인물인 만큼, 당당하게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은 극중 어머니 나세리 역을 맡은 한고은과의 호흡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박세영은 “평소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촬영장에서 엄마(한고은)를 마주하기만 하면 몰입도가 올라가 눈물이 났다”고 밝히며 두 사람이 선보일 위태롭고도 절절한 모녀 케미스트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가장 잘하는 ‘가족극’이라는 무대로 돌아와 색다른 성장을 그려낼 그가, 극에 불어넣을 묵직한 공감과 긴장감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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