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의 만두 캐릭터가 요즘 10대, 20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로 떠오르고 있다.

안경만두는 안경을 쓴 만두 캐릭터를 8비트 레트로 픽셀 감성으로 표현한 IP로,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합쳐 6만 명이 넘는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커서 창업을 해야지"라는 꿈을 품어온 한 '덕후 기질'의 청년 창업가가, 직접 굿즈를 만들고 팔던 경험에서 출발해 이 캐릭터를 키워냈다. 더현대 서울 팝업 '안경만두 TOWN' 현장에서 서소영 콘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아이코닉 팝업존은 평일 낮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 스태프는 "20분 단위로 예약이 거의 꽉 차 있다"며 "주 연령층은 20대, 30대 여성분들"이라고 전했다. 방문객들은 3만원 이상 구매 시 풍선, 5만원 이상이면 별 모양 배지, 10만원 이상이면 리유저블백을 받는데, 금액대별 혜택이 중복으로 쌓이는 구조다 보니 "대부분 다들 금액을 많이 맞추려고 한다"고 스태프는 설명했다. 최고 구매액은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약은 식당 대기 시스템과 비슷한 앱으로 번호를 미리 받아두는 방식이기에 출근길에 미리 예약을 걸어두고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인근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붐비는 시간대는 점심시간대로, 여의도 특유의 직장인 상권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콘콘이 운영하는 굿즈 제작 올인원 플랫폼 '오즈의제작소'가 있다. 서 대표는 "오즈의제작소가 굿즈 제작 올인원 플랫폼이다 보니 주로 IP·엔터 사업을 하는 이들이 판매용 굿즈를 맡기는 용도로 많이 활용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굿즈가 어떤 가격대에 많이 팔리는지, 어떤 수량으로 팔리는지, 어떤 IP가 어떤 굿즈 종류를 냈을 때 더 잘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IP는 굿즈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기도 하고, 굿즈를 사면서 그 IP의 팬이 되기도 한다"며 "이런 상호작용을 보면서 IP 매니지먼트 커머스 사업인 유니버스존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경만두의 팬덤을 확인한 계기는 크게 세 번이었다고 서 대표는 밝혔다. 지난해 5월 '군만두' 콘셉트로 온라인 프리오더 마켓을 열었을 당시, 물건을 받기까지 3개월이 걸리고 마케팅 예산도 50만원에 그쳤지만 매출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서일페)에 부스를 냈는데, 공간이 협소해 많은 방문객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올해 팝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올리브영 브링그린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도, 랜덤으로 제공된 립밤 관련 SNS 바이럴이 크게 일면서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서 대표는 "아무리 팔로워가 많고 좋아요가 많아도 이걸 굿즈나 콜라보로 냈을 때 반응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며 "직접 해봐야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만두 팬덤의 성비는 여성이 약 95%를 차지하며, 연령대는 10대와 20대가 중심이고 30대 초반까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팝업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요새 친구들이 이런 키링을 많이 하고 가방에 달고 다닌다"며 "인형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서 대표는 "작가님이 안경과 만두, 도트를 좋아하신다"며 "원래 도트 일러스트를 만드시다가 만두를 좋아해 만두를 그렸는데, 눈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워 안경을 씌운 게 캐릭터의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협업 파트너를 고를 때는 두 가지를 본다. 서 대표는 "IP와 잘 어울리는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며 "두 번째는 브랜드가 마케팅을 잘해줄 수 있는지, 많이 알려줄 수 있는지를 본다"고 밝혔다. 비비고, 브링그린 등과의 협업도 이런 기준을 거쳐 성사됐다.
팝업 장소로 여의도를 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서 대표는 "캐릭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지하철로 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안경만두가 10~20대 여성 코어팬 사이에서는 알려져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판단했고, 첫 대형 팝업인 만큼 백화점 같은 큰 공간에 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IP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캐릭터 설정과 콘텐츠의 일관성을 꼽았다. 서 대표는 "안경만두는 말을 하지 않고 무뚝뚝하며 만두와 안경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작가와 함께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표정이 많지 않다 보니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 돌아있어 보인다는 사람도 있고 소심해 보인다, 똑똑해 보인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일부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팬덤 확장에는 아이돌 팬덤과의 접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안경을 쓴 아이돌을 안경만두와 닮았다고 연결 짓는 밈이 1년 반 이상 SNS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안경만두 버전의 포토카드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아이돌도 있다고 전했다. 서 대표는 "케이팝 팬들의 이런 놀이 문화가 팬덤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줬고, 덕분에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해외 반응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포토카드 홀더, 증명사진 홀더 등 팬사인회에 들고 갈 수 있는 상품도 기획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X를 들어가 안경만두를 검색하면 다양한 아이돌 굿즈와 함께 놓여 있는 안경만두 제품들의 인증샷을 볼 수 있다.
서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창업을 꿈꿔왔다고 밝혔다. 직접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제작 과정의 온라인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인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오즈의제작소를 통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에는 사업의 미션을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굿즈라는 게 결국 같은 컵에 IP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IP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고민하면서, IP가 사랑받고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완성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즐거워지고 소속감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방향으로 사업을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IP를 가장 잘 성장시키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산리오, 디즈니 등을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팝업 현장에 나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가 꿈꾸는 미션과 비전의 초기 단계를 계속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걸 파고들던 '덕후' 기질의 학생은 이제 전 세계 IP 시장을 겨냥하는 사업가가 됐다. 굿즈 제작의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그의 사업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소속감을 느끼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좀 더 큰 미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 대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번 팝업은 오는 22일까지 2주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아이코닉 팝업존에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월~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금~일요일은 오후 8시 30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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