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철회된 법안은 16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2대 국회에서 제안(발의)된 법안 1만 9433건 대비 0.83%다. 법안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상임위(본회의) 회부 전에는 발의의원 2분의 1인 이상 동의가, 회부 후에는 상임위(본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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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질타로 인해 철회한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 의원의 법안은 단체협약 뿐 아니라 사업장 규모 등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체결하는 ‘근로계약서’ 동의를 받으면 임금을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통화 이외의 것’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기업의 이윤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후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또 야당은 “민주당이 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정말 믿고 있다면 민주당 국회의원·당직자부터 급여의 상당 부분 상품권으로 지급받고 쓰면서 생활하라”고 비꼬았다. 결국 박 의원은 발의 후 사흘 만인 지난 10일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우리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방법을 더 세심히 준비하겠다”며 철회를 결정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발의했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장의 지적을 받고 철회된 사례다. 해당 법안은 학교폭력 피해자 및 보호자도 형사절차와 학교폭력 상담·조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해당법안 발의 후 교육계의 우려가 컸다고 한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 후 몇몇 일선 학교폭력 담당 교사들이 ‘교육으로 풀어야 할 학교 문제에 지나치게 변호사가 개입하면 법적 분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더 숙고한 후 발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던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법안 발의 후 현장의 비판을 받고 자진철회한 사례다.
해당 법안은 신선식품을 직접 포장·검수·배달하는 물류센터 종사자에게 건강진단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업장과 대규모·준대규모 유통업체에서도 농산물·축산물,·해산물의 포장·검수·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종사자도 건강진단 의무 적용을 법제화했다. 다만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기에 산업계의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논의하니 건강검진 의무적용 규모와 이에 따른 비용부터 먼저 추산해보자는 제언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더 숙고해 발의하기 위해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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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내 일부 문구를 수정하기 위해 철회 후 다시 발의하는 사례도 많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철회한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 규제 법률안’이 대표적인 예다. 당초 법안의 취지는 출신 국가 및 국적·지역·민족·인종·피부색 등을 이유로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혐오금지 대상을 열거하면서 붙은 ‘등’이라는 표현이 결국 동성애 및 성전환에 대한 비판, 종교적 신념에 따른 설교나 정치적 반대 의견 등까지 ‘혐오표현’으로 규제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법안을 철회한 후 법안 제목 내용 중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등’을 모두 제거한 법안을 재발의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등’을 제외한 것은 빼고는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했다. 재발의된 법안은 지난해 12월 소관상임위인 국방위원회로 이송됐으나 아직 상임위 내에서 전혀 논의되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빈번한 철회가 국회 역할인 입법에 대한 불신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 철회 시 대표발의한 의원들이 받는 페널티 등은 없다. 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도 법안 철회 사유도 별도로 기재되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소한 문구 수정 등은 발의 후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수정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철회 후 다시 발의 한다”며 “법안 철회에 대한 무게감이 많이 낮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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