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군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하면서 이날까지 나흘 연속 대규모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이란도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가하면서 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주까지 종전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에 대한 공격을 가하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해협 봉쇄와 공습 등의 군사적 압박이 협상을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국경 충돌 종식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것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재개되는데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이란 사정없이 공격…두들겨 맞아야"
호르무즈 해협 '안전통항 보장 비용' 중동 투자협정으로 대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관련 합의가 다음 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린 그들을 아주 심하게 두들겨 패고 있다. 그들은 두들겨 맞아야 한다"며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모두 무너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군사시설을 나흘째 공습하고 있으며, 해상 봉쇄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군을 "아직 싸울 힘은 남아 있는 훌륭한 복서"라고 표현하면서, 공격 대상을 확대해 에너지 시설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란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충분히 약화시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을 재차 거론하며 벙커버스터 사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전날에도 "곡괭이 산을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미국 대표단이 최근 이란 측과 접촉했다며 "합의하지 않으면 초토화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민간 선박 화물의 20%를 통행료로 징수하겠다는 방침은 하루 만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중동 지도자들과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20% 보상 수수료를 다양한 중동 국가들과의 무역·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미군이 보장하는 대가로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받겠다고 선언했으나, 중동 국가들의 강한 반발 속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투자는 막대하지만 동시에 중동 국가들의 미래에도 대단히 좋을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로 미국 내 공장과 생산시설, 장비가 역사적 수준으로 들어와 수백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전함 20여척·군용기 수백대 동원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추가 공습도
미군은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를 기해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이란 항구 및 연안 지역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며 "현재 중동 전역에서 미 해군 전함 20척 이상과 군용기 수백 대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채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봉쇄는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출입을 차단해 원유 수출과 해상 물류를 겨냥, 이란의 외화 수입원을 압박하려는 조치다.
미 중부사령부는 봉쇄 개시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를 통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3시 중부사령부 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에 이용되는 이란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미군이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반격…"최종 승리까지 계속 공격"
미군이 대대적인 추가 공습을 감행하자 이란도 역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14일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중동 지역의 원유 및 가스 수출을 전면 통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방송(IRIB)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공보국은 성명에서 "혁명수비대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약속 2(Promise 2)' 작전의 3차 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바레인 셰이크 이사 기지 내 무기고와 미군의 함정 및 항공기 부품 보관 시설을,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에 있는 미군 MQ-9 드론 발사대를 타격해 드론 여러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저녁부터 현재까지 탄도미사일 1발, 순항미사일 5발, 무인기(드론) 33기를 탐지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해군 함정 1척을 타격을 입고, 군 병력 4명이 다쳤다"며 "쿠웨이트를 겨냥한 이란의 침략 행위는 국가 주요 인프라와 민간 시설을 다수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바레인에서도 이날 공습경보가 울렸다. 바레인 내무부는 다수의 이란발 발사체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이날 오후 미군의 이란 무장병력 연안 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강조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미국이 휴전의 토대였던 양해각서를 산산조각 냈다"며 "보복으로 미국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충돌 종식 협상…미-이란 협상 사전작업?
"트럼프, 네타냐후에 시리아·레바논 점령군 철수 요구"
이처럼 미국과 이란 양측은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으나 소통 채널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 기대감은 여전한 상태다.
특히, 이란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군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국경지대 무력 충돌을 끝내기 위해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틀간 협상을 시작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 대표단은 삼엄한 경비 속에 로마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번 협상의 핵심 의제는 레바논 남부 '시범 구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다.
시범 구역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종식하고 국경 지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단계적 철군 시험지대로, 지난달 미국 중재로 기본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레바논 정부군이 치안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안보 점검을 이유로 2개 구역 중 1곳에서 철군을 미루고 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개 시범 구역에서 병력 철수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진전을 기대했다. 반면 레바논 대통령실은 "대표단이 즉각 철수를 요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시리아와 레바논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4일 미국 언론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그들은 당신들이 거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각각 회담한 뒤 이스라엘군 철군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이스라엘군 주둔이 긴장을 유발하고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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