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연체자 채무 탕감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금융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채권 회수에 치우친 금융에서 벗어나 상환 능력을 잃은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고,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돌리는 ‘사람을 살리는 금융’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경제부·국가데이터처·금융위원회·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는 빚을 탕감해주는 것에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파산·면책하고 새 출발하게 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탕감해줘야 그 사람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그래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느냐”며 “선진국은 이런 절차가 아주 일상적으로, 편하고 빠르게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빚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돼 경제활동을 못 하고 공동체 전체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는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의 채무를 탕감하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비난이나 선동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을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가 아니다. 누가 몇천만 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취직도 못 하고 예금계좌도 개설하지 못하며 집도 못 얻고 압류당하는 삶을 일부러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장기 연체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불이익이 큰 만큼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취지다.
오히려 금융권의 채권 관리 관행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이 장기 연체 채무자를 가혹하게 관리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며 “사람을 살리는 금융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금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혹하고 과도하게 돈을 받으면 그것이 부당이득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번 발언은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금융의 기능 자체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장기간 유지하기보다 신속한 채무조정을 통해 경제활동 인구를 복원하고, 금융자금은 부동산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하겠다는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도 “빚을 갚지 못해 일가족이 집단 자살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런 원시적인 사회가 어디 있느냐”며 “법원에 신청해 탕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채무조정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삶으로 체감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이번 업무보고는 이날부터 모두 9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대통령 SNS를 통해 모집한 국민참여단이 참석했으며, 청와대는 총 1천259명이 신청해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