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한 경찰이 수사의 주요 과정마다 담당 수사팀장의 ‘묵살’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사건을 처음 지휘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박모 경감(강력팀장)을 증거인멸·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히는 등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박 경감은 조사에서 “성인용 인형, 케이블타이 등은 살인의 핵심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스토킹 사건과 살인 사건을 연결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사 결과 박 경감은 팀원들에게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지시하며 성범죄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적 범행 동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면담 보고서를 전달했지만 이 역시 수사 기록에서 제외됐다.
수사팀원이 장윤기 차량 뒷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는 폐쇄회로(CC)TV 분석해 보고서를 전달했지만 박 경감은 “불분명하다”는 내용으로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윤기가 범행 전 아르바이트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스토킹 사건 수사보고서에서도 일부 내용을 삭제 지시했으며, 범죄분석보고서에 포함된 '성적 목적' 관련 내용 역시 제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이 케이블타이와 성인용 인형 등 주요 증거물을 없앨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박 경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감은 사건 발생 직후 차량과 자취방 등을 가족에게 인계, 이달 2일에는 검찰 추가 송치 대상 자료를 보내라는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 삭제까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박 경감의 직속 상관들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장윤기의 부친에게 압수수색과 구속 계획 등 수사 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강력팀 소속 A경사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했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동욱 특별수사단장(경무관)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수사 담당자가 오히려 증거를 은닉해 피해자 유족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며 “부당한 지시나 외부 청탁이 있었는지 계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지검은 이날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의 지휘부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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