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원래 '하늘의 궤적'은 우리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후속작을 만드는 압박감은 ‘이스’ 신작을 개발할 때와 비교하면 전혀 없다. 이스는 역시 선배들이 만든 위대한 타이틀이기에 압박감이 굉장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그에 비해 압박감 없이 자유롭게 작업했다.
더 퍼스트 개발에 있어서는, 원작이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게임의 편의성 같은 부분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그래서 세컨드를 만들면서 그것을 '더 좋게 만들 수 없을까' 하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전투 템포가 좋다는 점이 화제가 되었는데, 커맨드와 퀵 배틀 시스템을 전환할 때의 템포 등이 세컨드에서 더 향상되었으니 그 부분을 꼭 봐주셨으면 한다.
특히 원작 ‘천공의 궤적 SC’는 FC와 비교해도 이야기의 연출 방식에서 당시로서는 꽤 새롭고 손이 많이 가는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초반 단계에서 선택한 파트너에 따라 이야기가 분기된다거나 하는 점이다. 지금 RPG를 개발한다고 하면 개발자가 아마 경계할 만한 요소들을 정면으로 다룬 타이틀이기도 해서, 그 부분을 세컨드에서도 확실하게 계승했다. 그런 점들도 꼭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다. 퍼스트와 세컨드는 사실 개발 시기가 겹친다. 퍼스트의 후반부쯤부터 세컨드의 개발을 시작했다. 당연히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받는 기간은 전작 타이틀에 비해 짧지만, 가장 피드백으로서 컸던 것은 아마 '난이도'일 것이다. 더 퍼스트는 아무래도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처음 하시는 분, 초보자 분들도 즐기실 수 있도록 난이도를 설정했고, RPG를 처음 하는 분들에게도 친절한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퍼스트를 개발했다.
하지만 역시 역전의 용사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웠던 모양인지, 조금 더 어려워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일반(노말) 난이도는 퍼스트를 계승한 형태지만, 그 이상의 모드에 대해서는 유저분들이 요구하는 의견에 조금 더 개발자가 화답하고자 꽤 공을 들여 뼈대 있는 난이도로 만들었다. 이것이 큰 변화 중 하나다.
또 하나는 기본적으로 옛날 게임이라 번거로운 부분이 많아서, 이동이나 편의성 같은 부분은 퍼스트 이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너무 편리해져도 좋지만은 않으며, 불편함을 통해 시나리오에 몰입할 수 있다고 여긴 부분은 확실히 남겨두었다.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더 편리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시간을 들여 확실히 논의했다.
옛날 이야기이긴 한데, 너무 큰 게임을 만들어버려서 기한에 맞추지 못할 것 같으니 절반으로 나누어 내라는 지시를 받고 FC를 릴리스하게 되었다. 당연히 FC가 팔리지 않으면 후속작은 낼 수 없다고 선배들에게 확실히 들었다. 그게 우선 낼 수 있냐 없냐의 문제였다. 다만 결과를 들은 기억도 없는데 왠지 멋대로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쩌지 하다가, 절반으로 나누긴 했지만 사실 FC 시점에서도 이미 3분의 2 정도를 만들어 버린 상태였다. 당연히 그대로 SC를 내면 나머지 3분의 1 정도밖에 볼륨이 안 된다. 모처럼 두 개로 나누어 다들 기뻐해 주셨는데, 후속작 볼륨이 이래도 괜찮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후반부 구역을 돌아다니는 파트가 늘어났는데, 그건 당초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역시 볼륨이 적으니 조금 더 기뻐해 주실 수 있도록 게임 볼륨을 키우자고 해서 늘린 파트다. 팔콤이라는 회사는 상부의 허가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움직이기 시작해서 문제가 생기면 위에서 제동이 걸리지만, 아니라면 무아지경으로 돌진한다. 그때는 그런 흐름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서, 무조건 좋은 걸 만들자는 분위기로 작업했다.
만족하실 만한 볼륨으로 늘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버렸고, 유저들로부터 '도대체 언제 발매되느냐', '요슈아가 사라진 채로 끝났는데' 같은 애정 어린 꾸중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FC 마지막에 예고편이 있는데, 그것도 회사에 특별히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만들어 붙인 것이다. 역시 뒷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들고 싶었다. 반대로 지금 사장인 내 입장에서 직원들이 그런 짓을 하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팔콤의 자유로운 부분도 있었고,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삭제된 건 없고 점점 늘어났다. 방금 말한 대로 변경은 꽤 있었다. 예를 들어 FC 발매 당시, SC에서 맹활약하는 유격사 ‘애거트’는 원래 평범한 NPC로 잠깐 등장하고 끝날 역할이었다. 하지만 당시 유저분들이 굉장히 화제로 삼아 주셨다. 그걸 본 시나리오 라이터가 메인 캐릭터로 격상시켜 초반 에스텔의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당시는 패키지 게임이었음에도 온라인 게임의 운영 방식에 가깝게 유저의 의견을 보고 시나리오를 바꾸는 일이 꽤 빈번했다.
그 방식이 지금의 궤적 시리즈에도 이어져서, 예를 들어 '섬의 궤적'의 린은 본래 예정된 캐릭터였지만, 주변 사관학교 멤버들이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원래 등장할 예정이 없었다.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캐릭터를 추가한 것이 아마 2편 때부터였을 것이다.
역시 개발을 진행하면서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는 부분이 나중에 얼마든지 나온다. 시리즈 전체의 큰 틀은 기본적으로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오래 계속하다 보면 만드는 쪽의 생각도 바뀌고 트렌드도 변하므로, 그런 것에 영향을 받으며 궤적을 더 좋게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아마 더 퍼스트에서 맵 상에서 직접 지점을 지정해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부분을 말하는 것 같다. 다만, 예를 들어 국경 문에서 마을로 이동한다고 할 때, 걸어가야 경치가 보이며, 걷는 수고가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감동, 감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맵 점프를 통해 그런 것들이 생략될 우려가 있는 장면에서는 걷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번에 이동할 수 있다.
처음에 어떻게 할지 논의가 있었는데, 하늘의 궤적은 지상을 걸으며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것을 잃을 정도로 편의성을 높여 버리면 게임의 본질적인 맛이 변해 버릴 것이라 보았다. 그것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세하게 분류하여, 이 부분은 편의성을 중시하고 이 부분은 정서적인 면을 우선시하자는 식으로 치밀하게 구분했다.
어려운 부분인데, 원작의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바꾸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오면 요즘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불합리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 시대의 게임 유저들이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계선일 텐데, 글로 명확히 정의하긴 어렵다. 직접 만져보고 '뜨겁다', '차갑다' 같은 피부 감각으로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과정이다. 문제마다 똑같이 판단할 수 없고 다르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정성스럽게 조율해야 원작 팬도 납득하고 신규 유저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더 퍼스트 때 속도감 중심의 전투를 구현하고자 퀵 배틀과 커맨드 배틀의 심리스 전환을 실현했다. 우려되었던 점은 템포가 너무 좋아지면 반대로 전투가 단조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컨드에서는 그 단조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연구했다. 퀵 배틀에서는 적의 움직임이 퍼스트에 비해 훨씬 정교해졌다. 필드 상에서 큰 기술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있고, 전작에서는 커맨드 배틀에서만 자폭하던 적이 필드 상에서도 자폭하는 등 플레이어가 대처해야 할 것들을 늘렸다.
커맨드 배틀에 대해서는 게임에 익숙해지면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퍼스트보다 훨씬 뼈대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노말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퍼스트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던분들도 꼭 도전해 주셨으면 한다. 특히 버프와 디버프가 전략의 핵심이며, 이를 의식한 오브먼트 설정이나 상황 판단이 요구된다. 자신에게 디버프가 걸려있을 때 이를 날려버릴 수 있는 '오벌 부스트' 기능도 추가되었다. 해야 할 일이 늘었다고 해서 템포가 훼손되지 않도록 경쾌하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상급자라 자부하는 분들은 꼭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다.
하드 모드 이상에서는 '집행자'라 불리는 강적들(블블랑, 레베 등)을 상대할 때, 오브먼트 세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행자가 레기온 부스트를 걸어와 자신에게 턴이 오기도 전에 전멸하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반대로 노말은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도 적당히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정 중이며, 체험판 직전까지 최대한 조율할 것이다.
이건 개발 스태프 안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 노말 난이도에서도 처음엔 엄청나게 어려웠다. 오브먼트 세팅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변해버리기 때문에 사실 지금도 조정 중이다. 적의 레기온 부스트가 발동되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브레이크를 사용해도 적이 끼어들게 된다. 그리고 적의 연속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것을 버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노말에서도 일반 몬스터와 비교하면 확실히 어렵지만, 집행자가 그렇게 약할 리 없다는 인식을 유저들도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그 강함이 느껴지는 세팅으로 해 두었다.
결국 난이도 선택의 문제인데, 팔콤의 정석인 노말, 하드, 베리하드, 나이트메어 외에 하드와 노말 사이의 모드, 이른바 ‘어드밴스드’를 검토 중이다.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데 전투에서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있어 아주 세밀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대한 진지하게 대응하기 위해 체험판 전까지 계속 작업할 것 같다.
우선 집행자 전원은 당연히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고, 렌은 거대 로봇 파텔, 마텔을 소환하는 등 대규모 연출을 꼼꼼하게 준비했으니 그 보는 맛을 기대해 주셔도 좋다. 집행자뿐만 아니라, 궤적 시리즈에는 다양한 잡몹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들도 볼거리가 많다. 특히 길버트라는 캐릭터의 전투 연출은 꽤 공을 들였다. 얼빠진 모습이나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연출을 넣었다.
만약 하늘의 궤적 계열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악역 연출을 지금의 노선으로 살려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계의 궤적' 같은 경우는 하늘의 궤적 같은 개그 연출을 그대로 하긴 어려울 테니 세계관에 맞는 형태로 당연히 반영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술 자체는 '계의 궤적'이나 '하늘의 궤적'이나 동일하지만, 세계관 분위기에 따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작업이 향후 연출 정책의 큰 지침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좋은 장면이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 애거트와 티타가 라벤느 마을에서 단둘이 있는 씬이 아주 정서적으로 잘 표현되어 인상적이었다. 전투 크래프트 연출도 과거 팔콤 작품 중 단연 최고 수준이라 생각한다.
또 전작에서는 큰 생물이나 기계가 별로 안 나왔는데, 세컨드부터는 레그나트라는 거대한 드래곤이나 렌의 파텔•마텔, 그란셀 성에서 쿠데타에 쓰이는 전차 등 대규모 메카닉이나 기계가 등장해 이를 엮은 연출이 볼거리다. 그리고 드디어 ‘하늘의 궤적’이라는 타이틀명에 걸맞은 하늘을 나는 비행 씬도 늘어난다.
보통 요리는 덤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번에는 고난도 모드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가 요소도 확실하게 이용하는 것을 레벨 디자인 스태프가 중요하게 여겼다. 일반적으로 요리는 아군 전체를 완전 부활시키는 등을 엔딩 직전까지 아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없애고 싶었다. 아이템도 팍팍 쓰고, 요리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여러 요소를 전부 동원해야 비로소 클리어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번 기회에 궤적 시리즈에 입문한 고객도 적지 않을 것이기에, 그분들에게 '하늘의 궤적'의 뒤를 잇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스태프 중에서도 벌써 기다리지 못하고 ‘더 세컨드’에는 없는 캐릭터를 파티에 넣어 걸어 다니게 만든 걸 본 적이 있다. 다들 의욕이 넘친다. 일단 최신작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니 밸런스를 맞춰야겠지만,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다. 내년에도 신작 2개를 낼 수 있냐고 물으면 아직은 모른다. '교토 재너두'는 궤적이나 이스 시리즈와 스태프를 공유하지 않는 별동대가 제작한 프로젝트다. 원래 연간 신작 2개 정도를 내고 싶다는 목표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젊은 인력들이 아이디어를 폭발시켜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차 인원도 늘리고 있고, 정규 타이틀 1개와 도전적인 타이틀 1개를 연간 내놓는 체제로 노력 중이다.
'하늘의 궤적 세컨드'는 SC 때처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1년 만에 낼 수 있게 되었다. '재너두' 신작 역시 얼핏 보면 클래식한 횡스크롤 같지만 직접 해보면 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니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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