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지금 현재 경찰 수사를 국민들이 완전히 신임하는 건 아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내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해 “처음엔 내가 ‘국물도 없다. 꿈도 꾸지 마라’고 했었는데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좀 생각해 보자, 이런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아동 또는 성범죄, 반인륜적인 이번 장윤기 사건 같은 그런 범죄에 대해서는 보완수사권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며 “이런 의견이 당내에 우리 이소영·김남희 의원 등이 갖고 있고, 홍기원 의원은 개정안도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염려하시고 담당 장관인 정성호 장관도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런 얘기를 피력하시길래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면 법안에 또는 시행령에 촘촘히 심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부분적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국민들이, 정치는 결국 국민들이 따라와야 되고, 특히 지금까지 우리 민주당이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민변에서도, 여성 단체에서도 그런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자는 것이 제 의견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의원님도 조금 바뀌신 것 같다’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해 왔다. 실제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보완수사권이 남아 있으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 아동·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충분한 숙의는 필요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은 장윤기 살인사건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밤길에 귀가 중이던 이채원양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맡은 경찰은 장윤기의 자택에서 발견된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았으며 DNA 감식을 의뢰한 뒤 그 결과 보고서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누락시켰다. 경찰은 “내부 시스템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보고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 통보 이후 6주 동안 검찰에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직 경찰인 부친이 장윤기의 리얼돌을 폐기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불태우는 등 증거물들을 인멸하기도 했다. 수사 후 경찰은 단순 살인죄를 적용해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추가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했지만, 이는 사건이 알려지고 국민적 공분이 커진 이후였다. 게다가 담당 수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으며 경찰 지휘 라인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경 경찰 인사는 “장윤기 사건의 본질은 한 명의 흉악범을 맡은 경찰 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증거는 사라졌고 수사는 축소됐으며, 경찰 조직 내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는 경찰이 가장 잘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는 그에 걸맞는 책임도 져야 하며 권한이 커질수록 견제는 더 강해져야 한다. 이번 장윤기 사건이 던지는 가장 큰 교훈은 경찰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자격이 있느냐가 아닌, 더 강한 견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느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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