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미국에서 고려아연의 현지 투자 프로젝트를 주제로 리셉션을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대주주 책임론이 정치권과 금융권,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해외 대외활동에 나선 것을 두고 현안 해결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 13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이후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점포 운영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오는 17일까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청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MBK 간 대화도 불발됐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예정됐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의 면담은 MBK 측이 당일 오전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노조는 지난 10일 MBK 본사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한 끝에 김 부회장과의 면담 약속을 받아냈다. 이날 면담에서 긴급운영자금인 DIP금융 2000억원 조달과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노조는 면담 연기 경위를 묻는 공문을 MBK 측에 전달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MBK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MBK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가 추진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에 MBK 관련 투자와 위탁운용사 자격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도 MBK 본사 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지원과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협력업체와 투자자의 채권 회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K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위기 속 미국서 고려아연 프로젝트 행사
이처럼 홈플러스 사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MBK와 영풍은 미국에서 고려아연의 투자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대외행보에 나섰다.
관련 업계와 미국 테네시주 경제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 현지시간으로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비롯한 MBK와 영풍 관계자,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 테네시주 지역 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MBK와 영풍은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하고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은 행사에서 MBK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와 투자 전략 등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의 홍보영상도 상영됐으며, 영상에서는 우량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MBK의 투자 철학이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는 MBK와 영풍의 협력 모델이 고려아연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비업체 3곳 선임…현지 여론전 해석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MBK가 미국에서 복수의 로비업체를 선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더 매키언 그룹,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 등 미국 로비업체 3곳을 선임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주요 투자자인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미국 정·재계에 알리고, 향후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현지 로비업체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행사 개최 목적과 로비업체의 구체적인 역할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단순한 대외협력 활동과 경영권 분쟁을 위한 여론전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상증자에는 반발하고 프로젝트 지원 주체는 강조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기술진이 사업 초기부터 기획하고 추진해 온 미국 투자 프로젝트다.
반면 MBK와 영풍은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직후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고려아연이 추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자금조달 방식과 의사결정 절차에 반발해 왔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과 별도의 사전 협의 없이 미국에서 ‘최대주주 그룹’을 내세우며 프로젝트 지원과 협력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기존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과 노동조합도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MBK·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반대하고 현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특히 고려아연 측과 사업 추진 방향을 놓고 대립하면서도 미국 현지에서는 프로젝트의 주요 후원자나 대표 주체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추진 주체를 둘러싼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MBK “프로젝트 반대한 적 없어…자금조달 방식 문제 삼은 것”
MBK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전략적 가치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뉴스1을 통해 미국 제련소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부인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으며,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주주를 배제한 채 추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절차 때문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투자 건을 연결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고려아연 투자는 서로 다른 투자회사의 현안이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사안의 성격과 주체가 다른데도 이를 무리하게 연결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MBK 측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과 청산 위기, 노동조합 면담 불발,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 등 MBK가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미국 행사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영업 중단과 노동자·협력업체 피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MBK가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행사를 연 것은 우선순위를 둘러싼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해 온 고려아연 경영진 및 기술진과는 대립하면서 해외에서는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점도 모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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