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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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의 모든 것

노블레스 2026-07-15 10:00:00 신고

수면제인가, 영양제인가

대체 멜라토닌이 뭐길래. 답을 구하기 위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를 찾았다. 그는 멜라토닌을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감지해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몸이 잠들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내보내는, 수면·각성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성분이라는 것. 멜라토닌은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면 분비가 억제됐다가 사방이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분비된다. 쉽게 말해 어둠을 신호로 몸 전체에 ‘이제 잘 시간’이라고 알리는 역할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수면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멜라토닌은 뇌를 마취시키듯 재우는 수면제가 아닙니다.” 신원철 교수는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수면제가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뇌를 강제로 재운다면, 멜라토닌은 몸이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누구에게는 드라마틱하게, 누구에게는 미적지근하게 듣는 이유도 여기 있다. 몸속 호르몬을 좌우하는 만큼 몸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분비량이 줄어든다. 50대 이후 중장년층이 새벽잠이 없어지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나이가 들어 호르몬이 고갈된 이, 시차 적응이 필요한 여행자, 밤낮이 자주 바뀌어 생체 리듬이 고장 난 교대 근무자에게 멜라토닌은 훌륭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말. 반면, 이미 멜라토닌이 넘치는 10~20대에게는 아무 소용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호르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독한 스트레스나 스마트폰 사용으로 뇌가 바짝 각성되어 수면을 방해받은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합성 멜라토닌과 식물성 멜라토닌

누구는 병원에서 처방받고, 누구는 온라인 몰에서 사고. 또 어떤 이는 미국에서 사 오다 공항에서 압수당했다고 한다. 같은 이름의 멜라토닌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고상온 약사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과 화학구조가 똑같이 제조돼 실제로 수면 조절 효과를 내는 것이 ‘진짜’ 멜라토닌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품질관리와 안전을 이유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해외 직구나 반입이 금지돼 있다. 결국 병원에서 처방받은 멜라토닌만 진짜인 셈. 반면, 온라인이나 약국에서 처방 없이 쉽게 사는 제품은 이름만 멜라토닌일 뿐 해외에서 보던 그 의약품과는 다르다. 타트체리나 피스타치오 등 식물성 원료에 미량 들어 있는 성분을 추출 후 농축해 만든 ‘식물성 멜라토닌’으로, 국내에서는 일반 식품이나 화장품 성분으로 분류된 대안품이다. 같은 영양제를 먹어도 해외여행 중에는 효과를 봤는데 국내에서 산 제품으론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시중의 ‘식물성 멜라토닌’이 진짜 수면 호르몬의 명성에 기댈 뿐 정작 기대하는 숙면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특히 필로 미스트나 슬리핑 향수처럼 코로 들이마시거나 피부에 뿌리는 제품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멜라토닌은 후각이나 호흡, 피부 흡수로는 뇌를 자극하거나 수면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향을 맡음으로써 마음이 놓이는 아로마테라피 효과는 있을지언정 생체 시계를 움직여 잠을 부른다는 건 완전한 오해이자 플라세보효과에 가깝다. 결국 멜라토닌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병원을 찾아 ‘진짜’를 처방받아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 호르몬은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원칙은 두 가지, 저용량과 타이밍이다. 신 교수는 몸이 밤에 만들어내는 멜라토닌은 0.5mg 수준에 불과하다며 5mg, 10mg씩 과량 복용하면 다음 날까지 몽롱하거나 두통, 악몽에 시달릴 수 있으니 처방받은 뒤 용량을 천천히 늘릴 것을 권한다. 또 취침 1~2시간 전, 매일 같은 시간에 먹는 것이 좋다. 다행히 장기 복용으로 인한 위험은 크지 않다. 수면제 같은 심각한 내성이나 중독이 없고, 뇌가 스스로 분비하는 능력이 퇴화하지도 않는다. 단, 임신부와 자가면역질환자, 항응고제 복용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잠은 습관에서 온다

처방까지는 부담스럽지만 열대야나 시차로 잠들기 어렵다면 다른 영양제와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 약사는 마그네슘을 추천한다. 마그네슘이 근육의 긴장을 풀고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혀 누울 준비를 시키면, 멜라토닌이 뇌의 생체 시계를 조절해 깊은 잠으로 이끄는 구조다. 여기에 멜라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이나 긴장 완화를 돕는 테아닌을 함께 챙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생활 습관이 중요한데, 신 교수는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아침에 눈뜨자마자 30분간 햇빛을 쬘 것. 아침 햇빛은 약 14~16시간 뒤인 밤에 멜라토닌 분비로 이어지니, 낮의 햇빛이 천연 멜라토닌의 밑천이 되는 셈이다. 둘째, 취침 1시간 전부터 조명을 낮추고 스마트폰을 멀리할 것. 블루라이트 차단이야말로 멜라토닌이 밤사이 원활하게 분비되는 조건이다. 셋째, 주말에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날 것.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은 깨진 생체 시계를 안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몸은 최고의 천연 수면제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다. 만약 습관을 바꾸거나 보조제를 2~3주 이상 성실히 먹어도 여전히 밤이 두렵고 잠들기 어렵다면 이는 호르몬이나 영양제 선택을 넘어선 영역이다. 그런 경우 수면 전문의를 찾아 몸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꿀잠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건강한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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