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불안, 제품은 부족…정유·화학 셈법 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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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불안, 제품은 부족…정유·화학 셈법 갈리나

한스경제 2026-07-15 07:30:00 신고

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제유가가 중동 긴장 재점화로 출렁이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화학업계 하반기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원유 가격이 지정학 리스크에 흔들리는 한편 아시아 정유사 도입 원가를 좌우하는 중동산 원유 판매가격은 낮아진 형국이다. 여기에 러시아 정제설비 차질과 연료 수출 제한이 겹치며 석유제품 공급은 타이트해졌다. 이로써 정유사는 정제마진 방어 기대가 커지는 반면 범용 석유화학은 제품가격 약세가 이어지며 온도차가 뚜렷해졌다.

▲ 정유업계, 원유 가격 등락보다 제품 마진에 ‘촉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브렌트유 선물 및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중동 긴장 재발 이후 70달러 대 중후반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재차 부각되며 원유 시장 위험도 되살아났다. 

다만 유가 반등이 곧바로 국내 정유업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 아시아향 아랍 라이트(Arab Light) 공식판매가격(OSP)을 오만·두바이 평균 대비 배럴당 1.50달러 낮췄다. 전월 대비 11달러 줄었으며 및 20여 년 만의 최대 인하다. 

정유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는 원유 절대가격보다 제품 마진이다. 유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사우디 OSP 하락으로 아시아 정유사 부담이 줄어드는 가운데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 수급은 오히려 빡빡해지고 있다.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제품 스프레드가 버텨주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OSP 변화에 민감하다. 이번 사우디 가격 인하는 단기적으로 원유 조달비 부담 경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발 연료난도 정제마진 좌우 변수다. 하나증권은 러시아가 정제설비 타격과 내수 수요 증가로 6월 석유제품 수출이 전월 대비 15%, 전년 대비 31% 감소한 반면 해상 원유 수출은 전월 대비 9%, 전년 대비 28% 늘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인도산 휘발유 6만톤 가량을 들여오기 시작했고 벨라루스 등 여러 국가를 통해 월 40만톤 규모 휘발유 수입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 정부는 국내 공급 안정을 이유로 이달 31일까지 디젤 수출 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해상 디젤·경유 수출이 6월 전월 대비 39% 감소했고 7월 1~8일에는 하루 21만4000배럴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정유사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는 유가 상승기에 재고평가이익이, 하락기에는 래깅효과 및 수요 둔화 우려가 실적을 좌우했다. 반면 지금은 원유 가격보다 정제설비 병목과 제품 수급이 더 중요해졌다.

다만 현재 상황이 정유사에 일방적 호재라고 하기는 어렵다. 유가 급등락은 운전자본 부담과 재고손익 변동성을 키운다. 호르무즈 긴장이 장기화하면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고 국내 산업 전반 에너지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증권가에 따르면 6월 한국 윤활기유 수출단가는 톤당 1865달러로 전월 대비 8%, 전년 대비 110% 상승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료인 B-C유 가격이 전월 대비 22%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중동 지역 설비 차질로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처럼 윤활기유 사업을 보유한 정유사에는 정제마진 외 추가 이익원이 될 수 있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

▲ 석유화학, 수익성 개선 여전히 한계…제품별 수급·원료 도입 관건

반면 범용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회복을 언급하기 이르다. 7월 초순 기준 납사는 톤당 663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제품가격 흐름은 대체로 약했다. 납사 가격이 안정되거나 일부 방향족 제품이 반등해도 에틸렌, 합성수지, 고무체인 등 주요 제품 동반 회복이 따라주지 않으면 NCC 업체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범용 제품 노출도가 큰 기업들은 원가보다 수요 및 공급과잉 문제 부담이 더 크다. 중국 증설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별 가격이 엇갈리는 만큼 업황 반등보다는 버티기와 구조조정 국면에 가깝단 평가다. 

태양광 분야의 경우 중국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비(非)중국 폴리실리콘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글로벌 가격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공급망 규제와 비중국산 프리미엄은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에 기회 요인이다. 다만 태양광 역시 수요 회복보다 미국 내 정책, 관세, 현지 생산능력, 설치 병목이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에너지·화학업계는 유가 등락만으로 설명이 어려워졌다. 정유사는 러시아발 제품 공급 차질과 사우디 OSP 인하, 정제마진 강세가 맞물리며 상대적 우위를 보인다. 윤활기유, LAB처럼 특정 다운스트림 제품은 중동 설비 차질과 공급 병목 수혜를 받고 있다. 

반대로 범용 석유화학은 중국 수요 회복, NCC 구조조정, 제품별 공급 조정 등이 현실화해야 실적 개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하반기 국내 에너지·화학업계는 유가보다 제품별 수급과 원료 도입조건이 실적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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