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공공예산이 사라졌는데 책임자는 없었다.
충남 부여군체육회가 주최한 백마강배 전국 용선경기대회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1520만 원의 보조금이 부정 유용된 정황이 드러났지만, 관련자들은 경찰 고발 없이 전원 사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이 지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더욱이 사건을 인지한 이후에도 핵심 정산자료 공개가 수개월째 지연되고, 보조금 집행 내역을 둘러싼 추가 의혹까지 잇따르면서 "행정기관이 공공예산 비위 사건을 내부에서 봉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보조금 부정 사용을 넘어 공공예산 관리 시스템과 행정의 신뢰를 정면으로 흔드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 "1520만 원 유용 정황"…그런데 수사는 없었다
부여군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카누연맹과 충남카누협회가 주관한 제6회 백마강배 전국 용선경기대회.
이 대회 운영 관계자 5명이 인건비 명목으로 총 1520만 원의 보조금을 부정하게 지급받은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올해 1월 초 제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했고, 지급된 보조금은 환수 조치했으며 관련 직원들은 2월 1일자로 모두 사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은 그 이후다.
공공 보조금이 부정 사용됐다면 통상 내부 감사와 징계는 물론 경찰 고발과 형사 절차가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관련자 사직으로 사실상 종결됐다.
경찰 고발도, 수사 의뢰도 없었다.
시민들은 "혈세가 부정하게 사용됐는데 책임자는 사라지고 사건도 끝난 셈"이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사업 차질 우려" 이유로 고발 안 했다
군은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체육 관련 사업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공예산 유용 의혹 사건에서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이유로 형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수사기관의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위법 여부는 경찰과 사법기관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핵심 자료는 왜 공개되지 않았나
사건 처리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언론과 제보자는 최근 5년간 대회 결산자료와 세부 집행 내역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은 일부 사업비 총괄 자료만 공개했을 뿐 핵심 정산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영수증과 세부 집행내역 열람 요청에도 "결산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료 공개를 미뤘다.
하지만 군은 이미 관련자들을 사직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정리됐는데 자료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 공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환수가 아니라 급히 회수"…추가 의혹도
본지에는 사건과 관련한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한 제보자는 "문제가 된 관계자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지급했던 돈을 급히 다시 거둬들인 것일 뿐 정상적인 환수 조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운영요원과 심판 등 90여 명의 출퇴근 서명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건비 지급 기준 역시 일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계자별 지급액이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까지 제각각이었지만, 지급 기준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향후 수사나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 6년간 16억 원 혈세…이번 한 번의 문제가 맞나
백마강 전국 용선경기대회는 지금까지 6차례 개최됐다.
회당 약 2억 6천500만 원씩, 지금까지 모두 16억 원이 넘는 부여군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특정 대회나 일부 직원의 일탈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6년간 전체 보조금 집행 과정과 정산 절차,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리 시스템 자체에 허점이 있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군과 체육회의 책임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 "혈세 앞에 예외는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1520만 원의 보조금 유용 의혹만이 아니다.
공공예산 비위 의혹을 행정기관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처리했는지, 왜 형사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는지, 왜 핵심 자료 공개가 늦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특히 6년간 16억 원이 넘는 군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인 만큼, 지역사회에서는 경찰 수사와 감사기관의 철저한 조사, 그리고 전면적인 보조금 집행 검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관련 기관이 의혹을 얼마나 투명하게 규명하느냐에 따라 행정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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