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팬들이 바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새로운 모습은 분명했다. 차기 축구협회장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로 꼽은 건 '공정성'이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강원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17라운드.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화제인 차기 축구협회장과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20대 K리그 팬 한지원 씨는 축구인 출신 회장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씨는 "축구협회장은 행정과 자금 등 맡아야 할 역할이 많다. 축구인이 바로 회장을 맡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회장 아래 직위에 축구인을 배치해 실제 축구 현장과 선수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몽규 전 회장이 실패한 원인은 단순히 기업인이라서가 아니라 운영 방식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대기업 자본과 금전적인 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그 자원이 제대로 쓰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20대 축구팬 고도휘 씨는 "정몽규 전 회장이 보여준 인맥 중심의 인사와 행정적인 문제들은 비판받아 마땅했다"며 "차기 회장은 논란을 피하고 국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경험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팬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것은 '변화'였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보다 기존과 다른 투명한 운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공정성과 장기적인 방향성이었다.
한지원 씨는 "개개인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해서 "파울루 벤투나 거스 포옛 같은 감독을 선임하면 안정적인 성적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검증된 감독들이라 혁신적인 축구까지는 어렵더라도 실패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K리그 현장과 대표팀의 균형을 강조했다. 최근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K리그 감독들에 대해 한지원 씨는 "K리그 팬이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시즌 중 감독을 잃는 것은 구단과 선수, 팬들에게 큰 피해"라며 "대표팀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도휘 씨 역시 감독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냈던 경험 많은 감독이라면 누구든 후보가 될 수 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과거처럼 주먹구구식 선임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정한 절차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리그에는 큰 관심이 없던 팬들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표팀 경기를 주로 본다는 20대 윤수현 씨는 "일본처럼 장기 프로젝트를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며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감독과 그를 지지해줄 협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구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라 축구장을 찾았다는 김혜진 씨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감독과 축협회장이 투명한 과정 속에서 선출해야 한다. 계속해서 신뢰를 잃는다면 결국 팬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팬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한 절차와 신뢰 회복,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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