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제 시대' 준비하는 정부…기술은 구현, 제도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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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제 시대' 준비하는 정부…기술은 구현, 제도는 '아직'

이데일리 2026-07-14 17:1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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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AI에 결제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법·제도는 논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은 파일럿 결제가 가능한 수준까지 구현됐지만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AI 에이전트 결제를 염두에 둔 표준과 결제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개발(R&D) 전담 공공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지난 4월부터 AI 기반 블록체인 기술 고도화와 AI 에이전트 결제 등 관련 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개발은 AI 데이터·모델 거래에 적합한 블록체인과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지능형 멀티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AI 에이전트 결제 분야는 파일럿 결제 실증(PoC)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 구현을 마쳤으며, 코인베이스의 X402, 구글 AP2 등 주요 국제 규격과의 호환성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 구현만으로는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AI 에이전트에 결제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고, AI를 독립적인 결제 주체로 인정할지 여부도 관계 기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금융 서비스가 금융 리테일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AI가 금융거래를 직접 수행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의 제3자 위임·대여를 제한하고 있고, 금융실명법 역시 본인 실명거래 원칙과 엄격한 대리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반면 해외에서는 AI 에이전트 결제를 전제로 한 기술 표준과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UCP(Universal Commerce Protocol)와 AP2(Agent Payments Protocol)를, 오픈AI는 스트라이프와 함께 ACP(Agentic Commerce Protocol)를 제안하며 AI 에이전트 간 거래 표준 마련에 나섰다. 코인베이스의 x402처럼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온체인에서 결제와 정산을 처리하는 결제 표준도 등장하고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은행·핀테크와 함께 에이전트형 결제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며, 카이트AI(Kite AI)는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 기반 AI 에이전트 결제를 지원하는 메인넷을 출시하고, 아마존에서 실제로 사용 가능한 파일럿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트AI와 협력하고 있는 아발란체 개발사 아바랩스의 김용일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해외에서는 카이트AI 같은 프로젝트들이 AI 에이전트가 이커머스 구매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기술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맹점 인프라 확보에 용이한 기존 카드 네트워크와 호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 결제를 도입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표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과제를 꼽는다. 첫째는 AI를 어디까지 결제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다. 이용자를 대신해 결제를 수행하는 ‘대리형 AI 에이전트’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제도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는 AI 에이전트가 어떤 결제망을 통해 거래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표준이다. 블록체인 기반에서 승인과 정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과 기존 카드·계좌 기반 결제망 위에 AI 에이전트 전용 표준을 추가하는 방식 등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장희수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AI 에이전트 결제로 넘어가려면 이용자를 대신하는 에이전트와 판매자 측 에이전트가 서로 통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통신을 특정 플랫폼에서 구현할지, 인터넷처럼 개방된 환경에서 구현할지 등 표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결제 인프라도 이에 맞춰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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