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IMM 컨소시엄)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기업 시나르마스에 매각하는 작업이 사실상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IMM 컨소시엄과 시나르마스그룹 계열 프런티어리소스 간 현대LNG해운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최대의 액화가스(LNG·LPG) 전문 수송 선사를 해외에 팔아버리는 것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LNG해운 외에도 국내 주요 선사 중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STX그린로지스 등 사모펀드들이 주인인 회사들이 적지 않다. 사모펀드는 대부분 차익을 실현할 때까지 장기간 선사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해운 시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LNG해운이 쏘아 올린 사모펀드 소유 국적 선사의 연쇄 해외 매각 우려가 도미노처럼 퍼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해운업계의 해법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정부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최근 심의 결과 현대LNG해운의 매각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 성사의 최대 관건은 산업부 심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해운업계, 에너지 안보·핵심기술 유출 우려 제기
현대LNG해운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운항하는 국적 선사란 점에서 매각 초기부터 에너지 안보와 핵심 기술 유출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산업부는 올해 초 현대LNG해운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판단했다. 회사가 보유한 LNG운반선 도면 등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는 기우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반론은 현대LNG해운이 선박을 설계·건조하는 조선사가 아니라 운항과 장기 운송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선사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결국 산업부는 이번 심의 과정에서 도면이 선박 건조가 아닌 운항 과정에서 수리 목적으로만 필요 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산업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 얼마 전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프런티어리소스의 현대LNG해운 인수를 2개월여 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정부의 심사는 산업부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의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 산업부는 국가 안보 위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위 심의는 산업기술보호위 심의만큼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사모펀드, 장기간 경영권 소유...차익 실현 시 매각
지난해 말 IMM 컨소시엄과 프런티어리소스 간 체결된 SPA에 따르면 거래 대상은 현대LNG해운의 지주사 격인 특수목적법인(SPC) 아이기스원 지분 100%다. 거래대금은 지분가치 기준 4000억원 규모이며 부채를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 기준 3조8000여억원 선이다.
LNG 전용선(운반선) 12척, 액화석유가스(LPG) 전용선 6척 등 총 18척의 선박을 보유한 현대LNG해운의 전신은 현대상선(현 HMM)의 LNG전용선 사업부다. IMM 컨소시엄은 지난 2014년 현대상선으로부터 약 5000억원(부채 제외)에 LNG전용선 사업부를 인수,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고 12년 만에 투자금 회수를 목전에 두게 됐다.
현대LNG해운 외에도 해운업계가 연쇄 해외 매각을 우려하는 곳은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가 각각 2018년, 2014년 인수했다.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LNG 운송사업을 제외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PG운반선 부문을 HMM에 매각하려 했지만 가격과 해운업계 경쟁력 약화 등의 이슈로 불발된 바 있다.
한때 해운업계에서 사모펀드는 기업을 살리고 고용과 공급망을 존속시키는 ‘믿음직스런 솔루션’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번에 IMM 컨소시엄이 보유한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에 매각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해운업계에선 현대LNG해운 매각이 그간 축적된 운송 노하우와 인프라 유출은 물론 전략 물자에 대한 공급망 안보 문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과거 기업 정상화·공급망 존속...‘듬직한 솔루션’
여기에 최근 일부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선사의 선박 등 일부 자산이나 인프라를 매각하는 것을 두고 기업 매각이 여의치 않게 되자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앤컴퍼니가 소유한 에이치라인해운의 경우 올해 벌크선 4척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았다. 매각 대상은 선박뿐 아니라 한국전력 자회사들과의 장기운송계약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표면적으론 포트폴리오 개선과 선대 축소를 통한 효율성 확보를 매각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에이치라인해운의 가격이 너무 높아 매각이 어려워지자 규모를 줄여 대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과 관련 사모펀드 역시 나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수와 매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며 경영 위기에 놓인 기업을 다시 정상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보유한 사모펀드에서 해운업계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충분한 지원이나 투자가 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폐업 위기에 몰린 기업을 현상 유지하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국적 선사 소유는 ‘국익과 기업 수익 사이에서 균형추를 잘 잡는 것’이란 명제를 얼마만큼 충족하느냐에 소유 기업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경영 활동을 보장하되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이나 자산의 유출이 우려되는 해외 매각은 지양하는 경영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에너지 공급망 주요 선사 공공금융기관 지분 확보해야”
현대LNG해운 매각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3월 IMM 컨소시엄과 프런티어리소스 간 체결된 SPA와 관련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대LNG해운의) 선박을 인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에 현대LNG해운을 팔려고 할 것”이라며 “해양진흥공사도 적정 가격일 땐 거래를 할 수 있겠지만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현대LNG해운을) 인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적 선대와 한국인 선원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현대LNG해운을 프런티어리소스에 완전히 팔기보다 지분 투자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긍정적이란 의견을 산업부에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사모펀드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이미 보유 중인 선박 등 자산의 매각 여부에 대해 논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업(선사)들을 한국산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과 같은 공공금융기관들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무분별한 해외 매각 시도를 방지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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