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400조원이 투입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도 교섭 대상이 된 만큼 호남 반도체 투자에도 노조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초기업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교섭 의제가 될 경우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기업 투자와 공장 증설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전 노조 "노란봉투법 따라 호남 반도체 계획 교섭 요구"
앞서 삼성전자는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일환으로 400조원을 투입해 광주에 대규모 반도체 팹(공장) 2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투자계획이 공개되자 노사정이 함께 협의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초기업노조는 13일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년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노란봉투법에 따라 조합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도 교섭의 대상이 됐다"며 "이에 따라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2027년 교섭으로 다루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속도를 말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감당해야 할 사람에 대한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조합이 주말 간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응답이 84%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걸린 이번 프로젝트는 조합과의 대화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측도 두 차례에 걸친 조합과의 미팅에서 '경영진도 부담스러워한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는 조합이 제안한 노사정(노조·회사·정부) 협의의 장에 응답해주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경영 판단 자체는 교섭 대상 아냐"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 투자와 공장 증설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1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기업투자, 공장증설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상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 판단 자체는 노란봉투법에 의한 교섭 의제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행 과정에서의 근로조건 변화는 교섭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서도 기업투자, 합병·분할·양도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 있다"며 "다만 사업 경영상 결정 이행 또는 실현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도체공장 투자까지 노조가 개입'…삼전 주주들 뿔났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히자 주주단체가 "노동이 경영의 전면에 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의 미래 투자와 이익 배분 논의에서 정작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가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14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힌 데 대해 "노동이 회사의 15년 투자 결정을 교섭하겠다고 나서는 풍경은 경고했던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5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가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 중재로 회사 이익 배분 문제가 노사 교섭 영역에 들어오면서 투자 결정까지 노조가 관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이익을 나누는 일을 교섭할 수 있다면 그 이익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결정 또한 교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경영의 전면에 선 노동집단의 출현"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주운동본부는 "이것은 노사정 문제가 아니라 주사정 문제"라며 "회사의 이익을 나누는 일도, 그 이익을 미래에 투자하는 일도 결국 주주의 참여와 동의 위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선 시장경제 원칙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회사 이익 배분과 미래 투자를 누가 어떤 절차로 결정하는지, 노사 교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사회엔 투자 계획이 잉여현금흐름, 배당 여력, 주주환원 정책에 미칠 영향을 재무 전망과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힘 "李정부, 반시장 입법에 스스로 발목"
국민의힘은 삼전 노조 조합원 84%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졸속으로 밀어붙인 반시장적·아마추어 법률과 정책들은 결국 정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돼 국가 경제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 아마추어 정책의 좌충우돌 난맥상이 낳은 민낯"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시장보다 이념이 앞서고,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면 정책은 반드시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면서 "시장은 우려하고, 기업은 부담을 호소하며, 노조는 단체교섭을 예고하는 악순환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중요한 결정까지 단체교섭 대상으로 넓혀놓은 그 법이 이제는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는 '메가 프로젝트'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결국 스스로 만든 족쇄가 발목을 옥죄는 역설적인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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