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LTA로 가시성 확보한 빅테크, 투자 계획 하향 위험 제한적"
"주주 환원책·빅테크 파트너십 등 이벤트도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증권가는 14일 메모리 가격의 상승 폭 축소가 불러온 '나비 효과'로 최근 반도체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것이 곧 업황의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메모리 산업의 높은 이익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 공급 계약(LTA)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34% 올랐고 SK하이닉스[000660]는 3.69% 상승했다.
하루 전 주가가 급락한 뒤 반발 매수세 등으로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전일 삼성전자는 10.70%, SK하이닉스는 15.37% 폭락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이는 반도체 고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태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재개 우려까지 더해지자 투자 심리가 한순간 무너지며 '패닉 셀'이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변동성은 금융 위기 당시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확대했다"며 "반도체 피크 아웃 논란, 미국과 이란의 갈등 재점화, 국내 수급 교란, 미국 금리 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우상향을 이끌어온 개인 투자자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며 "순매수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던 신용·예탁금이라는 자금의 기초 체력은 이미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투매'의 기저에는 그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온 반도체주가 랠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수급 불균형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황 기대감에 공급 업체의 주가가 올랐지만,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에서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피크 아웃 우려가 나온 영향이다.
정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당 D램 수출 단가는 전월 대비 1.7%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 같은 가격 상승 폭 축소가 곧 업황의 둔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 D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에서 추가로 가격이 인상된다면 이익률 개선 효과보다는 오히려 고객의 가격 저항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1년 사이 5배 상승해 공급사의 매출 총이익률이 범용 D램 기준 이미 90%를 넘어섰다"며 "이 수준에서 추가 가격 인상은 이익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고객의 가격 저항을 높여 단기 수요를 위축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과거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는 피크 아웃의 신호였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재고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이는 결국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공급 부족은 2027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수요 강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재고 누적은 논할 단계조차 아니다"라며 "이런 환경에서 가격 상승률의 둔화 만으로 가격 급락이라는 과거 사이클의 문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장기 공급 계약(LTA) 체결에 따른 이익의 지속 기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 연구원은 "스팟 가격은 제한적 공급 여건을 반영해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계약 가격은 LTA를 기반으로 스팟 가격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이는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LTA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하려는 공급사의 가격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확대로 인한 구조적 공급 제약과 LTA를 통한 장기 계약 구조는 메모리 산업의 높은 이익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한적 공급이라는 업황의 핵심 변수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도 "공급 부족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 역시 판매할 수 있는 물량과 고객의 시스템 구축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체의 실적 성장률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빅테크) 기업이 LTA 체결을 통해 가격과 물량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단계에서 AI 투자 계획이 하향될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LTA를 통한 수요 예측력 증가, 이에 따른 증설 실수 비용의 하락, 낮은 진폭과 긴 주기로의 사이클 변화는 AI 시대 메모리 재평가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TA에 대해 "예측 가능한 이익은 호황기에는 메모리 기업이, 불황기에는 하이퍼 스케일러 고객사가 서로 양보해야 성립한다"며 "불황기의 보험 효과를 누리려면 호황기의 보험료를 미리 지불해야 하는 구조"라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LTA는 미래 D램 가격과 출하량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이익을 통해 주가 리레이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다가올 대형 반도체 기업의 다양한 이벤트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CF(잉여 현금 흐름) 기반 주주 환원을 준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양한 환원책을 공개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SK하이닉스는 특별 배당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하이닉스와 SK그룹이 밝힌 바와 같이 올해 하반기부터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미국 빅테크 및 프론티어 모델 업체와의 파트너십 가시화가 임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JV 및 지분 투자뿐 아니라 사용 확약(AIDC 테넌트 입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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