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에서 세 번째 고배를 마셨다. 이번엔 리보세라닙 자체가 아닌 협력사 항서제약 공장의 일반 정기실사 결과가 발목을 잡으면서다. 이 여파로 올해 하반기 예정했던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일정도 함께 조정될 전망이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9일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신약 허가 신청에 미비점이 있어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FDA의 공식 통보문이다. CRL에는 지난 4월 이뤄진 항서제약 원료의약품 공장 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나왔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리보세라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가 된 점검은 신약 승인을 위한 특별 실사(PAI)가 아니라 FDA가 통상적으로 벌이는 공장 점검인 c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정기 실사였다. 다만 이 공장에서 리보세라닙의 원료도 함께 생산되고 있다 보니 점검 결과가 신약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FDA는 공장의 문제 해결과 기준 충족이 확인돼야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레바는 이 점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서제약이 신약 승인과 직접 관련된 실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전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과의 소통이 아주 잘 되고 있고, 리보세라닙과 관련한 실사가 아니었다 보니 항서 입장에선 알릴 의무는 없었다”며 “다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준 만큼 앞으론 세심히 봐 달라는 요청을 했고 항서제약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파로 리보세라닙의 유럽 시장 진출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HLB는 당초 올해 하반기 EMA에 리보세라닙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일정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HLB 관계자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이전’ 전략도 함께 검토 중이며, 구체적 내용은 추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HLB 측은 “신약의 효과나 안전성, 임상 데이터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었고, 승인이 미뤄진 이유는 오직 특정 공장의 개선 필요성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FDA에 추가 설명을 요청해 CRL의 구체적 배경을 확인하고, 이어지는 미팅을 통해 재신청 절차를 협의한 뒤 구체적 일정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보세라닙은 이번까지 세 차례 FDA 허가에 도전했다. 2023년 5월 첫 신청 이후 캄렐리주맙의 생산·품질 관리 문제로 2024년 5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 CRL을 받았다. 올해 1월 세 번째로 재신청하며 7월 승인을 기대했지만, 이번엔 공장 점검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다만 HLB는 리보세라닙 하나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은 오는 9월 FDA 허가를 앞두고 있고, 자회사 HLB테라퓨틱스의 ‘RGN-259’도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리보세라닙 외 파이프라인 또한 가시적 성과 도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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