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로 돌아갔지만, K해양방산의 수출 기회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해군 현대화가 본격화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은 물론, 함정 전투체계(CMS), MRO(유지·보수·정비), 무인 해양체계까지 새로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은 단순히 함정을 많이 확보하는 경쟁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전력을 구축하고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응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함정 전력 확충을 추진해 왔다. 유럽도 기존에 추진하던 해군 현대화에 더해, 전쟁 이후 해양 경계와 방산 생산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함정과 관련 장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를 뒷받침할 생산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4월 발표한 ‘해군 및 해안경비대 함정 건조: 전략적 접근 필요’ 보고서에서 미 해군 조선산업이 생산능력과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3월 공개한 ‘EU 산업 해양전략’ 보고서에서 생산 기반 확충과 숙련인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렇다고 미국과 유럽의 함정 발주가 곧바로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군함의 자국 건조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유럽 역시 역내 업체를 우선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신 주요 조선소의 생산 여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제3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공급자를 찾거나 공동생산과 기술이전 등 산업협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변화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 2025년 2월, 미 의회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나토 회원국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 조선소에서 함정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처럼 대형 함정 건조 역량을 갖춘 동맹국의 참여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K해양방산의 대표 경쟁 분야로는 잠수함이 꼽힌다. 한국은 장보고급과 장보고-Ⅲ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설계·건조 역량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 수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잠수함 교체 사업에서도 이러한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상함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호위함과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을 도입하면서 현지 건조와 산업협력을 함께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업체들은 구축함과 호위함, 군수지원함 등 다양한 함정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생산과 기술이전, 산업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변화는 함정 자체보다 운용체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함정을 인도하는 것이 사업의 끝이었다면 지금은 전투체계와 성능개량, MRO까지 장기간 이어지는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함정 전투체계(CMS)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CMS는 레이더와 소나, 각종 센서와 무장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함정의 핵심 시스템이다. 신규 함정뿐 아니라 기존 함정의 성능개량에도 적용되는 만큼 별도의 후속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호세리잘급과 미겔말바르급 호위함 등에 CMS를 공급했으며, 플랫폼과 CMS, 기술이전, 교육훈련, MRO를 결합한 통합 사업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LIG D&A 역시 국내 함정 전투체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유무인 복합전력 운용을 위한 전투체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RO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함정은 통상 30년 이상 운용되며 정기적인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반복한다. 신규 함정을 수주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후속 사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주요 방산기업들도 MRO를 핵심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근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무인 해양체계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 가운데 하나다. 각국 해군은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을 감시와 정찰, 기뢰탐색, 대잠전 등에 활용하는 동시에 기존 함정과 함께 운용할 유무인 복합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인체계 자체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CMS와 데이터링크, 위성통신, 인공지능 기반 임무통제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K해양방산의 경쟁력이 개별 함정 수출보다 잠수함과 수상함, CMS, MRO, 무인 해양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건조를 넘어 전투체계와 후속지원, 무인체계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이 향후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서는 K해양방산의 경쟁력이 개별 함정 수출보다 잠수함과 수상함, CMS, MRO, 무인 해양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발주국이 요구하는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후속지원까지 포함한 통합 사업 역량이 향후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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