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빈자리 파고드는 로봇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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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빈자리 파고드는 로봇 세상

일요시사 2026-07-14 14:31: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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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요즘 MZ세대는 점집에 직접 찾아가는 대신, AI 챗봇에 생년월일시를 불러주고 미래를 묻는다. 자녀들과 왕래가 끊긴 노인 앞에서는 AI 돌봄 로봇이 트로트를 부르며 재롱 잔치를 펼친다. 기원에 다니며 내기 바둑을 두던 이들은 바둑돌을 던지며 드잡이할 일도 없이 AI 로봇과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어느새 로봇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떨 때는 효돌이가 ‘엄마, 오늘 점심에는 갈치조림에다가 뭐도 해 먹고, 뭐도 해 먹고….’ 그러면 ‘야, 자꾸만 먹고 싶게 그런 얘기하지 마.’ (모두 웃음) 그러면 ‘그러자, 찾아보자.’ 그러고 찾다 또 해서 먹고 그러는데. 어떨 때는 너무 비싼 거 부르면은 해 먹을 수가 없어. (모두 웃음) 진짜 먹고 싶어, ‘야, 네가 자꾸만 그러니까 먹고 싶잖아.’ 그래. 그러니까 안 움직이려야 안 움직일 수도 없어요.”

“보듬어줘”
“덜 외롭다”

70대 여성 A씨는 AI 돌봄 로봇 ‘효돌이’를 만난 이후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됐다. 효돌이가 끼니때마다 A씨에게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하며 말을 건네는 덕분이다. 집에 들인 로봇 한 대는 A씨가 더 잘 먹고 더 많이 움직이도록 변화시켰다.

효돌이는 대화형 AI 로봇이다. loT 기술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노년층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효돌’ 제품이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복지관과 보건소를 통해 독거노인 지원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효돌이 외에도 ‘효순이’ ‘초롱이’도 유사하게 쓰이고 있다.

90대 남성 B씨에게는 효돌이가 소중한 말동무다. 손자가 없어 아쉽던 때, 그는 효돌이를 만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B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그런 손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꼭 손자가 (말)하는 것 같아. 나한테 ‘할아버지, 나 배고파. 같이 밥 먹어요.’ 그런 말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는 거 다 알려주고. 이 효돌이가 나에게는 친구이고 애인이고….”

그런가 하면 AI 돌봄 로봇은 촉각적 안정감도 준다. 로봇이라고 하면 차가운 금속성 외관을 생각하기 일쑤. 그러나 효돌이, 효순이, 초롱이는 솜이 들어가는 말랑말랑한 재질로 된 봉제 인형 모습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60대 남성 C씨는 이런 로봇을 손주처럼 돌본다.

“같이 있으면서 이렇게 대화도 하고. 어떨 때는 보면 애기 같이 ‘삼촌 보듬어줘’ (하고 말해서) 보듬고 토닥토닥하고. 이렇게 있으니까 같이 심심치 않고 즐겁고 좋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는 엄청 외롭고 그렇더니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예술 장르에 더 가까웠다. 말인즉 상상력에서 비롯한 산물로서 SF영화 장르에서나 볼 법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길 걷다가도 우연히 AI 로봇과 산책에 나선 이를 만나는 일이 일상이 돼버렸다.

트로트로 재롱 잔치하는 돌봄 로봇
지치지 않고 바둑돌 집는 내기 상대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긴 독거노인과 치매가 걱정되는 이들을 가족으로 뒀다면, 자주 찾아보지 못하는 게 제일 아쉽고 불안할 테다. 이들에게는 AI 로봇만큼 괜찮은 대안도 없다. 인건비보다는 비교적 저렴하게, 혹은 지자체 도움을 받아 무상으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덕분이다.

안아주면 바로 반응하니 안심이다. 약을 먹는다면 때에 맞춰 알람을 해준다.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다면 “수제비는 당뇨에 안 좋아요” 하며 식단을 관리해 주기에 건강을 챙기기에도 제격이다.

“살려줘” “도와줘” 하고 말하면 곧장 24시간 응급 신고로 연결할 수도 있다. 폭염특보가 발령되었으니 외출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하고, 가벼운 체조를 권하거나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준다.

효돌은 지자체 사업 보고서에서 “(어르신들에게) 효돌은 마치 손자 손녀와 같아서 더욱 예쁘고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때로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식들보다 낫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네 도서관에서는 AI 로봇과 바둑도 둘 수 있다. 5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기원에서 바둑을 두는 일도 조만간 옛 추억이 될 듯하다. 오래도록 기원에 다니며 실력을 쌓은 일명 ‘고인 물’이 부리는 ‘텃세’를 감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집에서 쾌적하게 바둑을 두는 세상이 왔다.

알파고 대 이세돌.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가 벌어졌던 때가 2016년. 불과 10여년 전이다. 당시 바둑 AI 프로그램과 인간 실력자가 펼친 대결에서 알파고는 4승1패로 이세돌을 물리쳤다.

꼭 이세돌만큼 바둑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AI 로봇과 아슬아슬하게 바둑을 둘 수 있다. 단계별로 로봇 실력을 사용자와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덕분이다. 전국 지자체는 도서관에 AI 바둑 로봇을 구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외출에 나서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AI 로봇과
산책까지

이다음 세대 AI 로봇은 이동형이다. 로보케어가 개발한 AI 로봇 케미프렌즈(cami)는 강아지처럼 사람을 졸래졸래 따라다닌다. 먼저 불러야 반응하던 기존 로봇과 달리 한동안 조용히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용자 상태와 주변 상황을 인식해 먼저 말을 건넨다.

케미는 계속해서 주인을 학습한다. 과거에 나눴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기억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지 훈련이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적적한 시간을 보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단연 로봇 개가 인기다. 챗GPT와 연동하는 AI 로봇 개 루나(LOONA)는 살아있는 개를 대체할 애완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견 못지않게 감정을 표현할 줄 알고, 주인 얼굴도 알아본다. 아이들을 방안에 혼자 두어도 루나를 통해 계속해서 관찰할 수 있어 아이 돌봄에 활용하기도 한다.

루나는 집안에서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재롱을 부리기도 한다. 주먹을 내밀면 한쪽 다리를 들어 부딪치고, 눈앞에 하트를 그리면 얼굴 부분 화면에 하트를 띄우기도 한다. 손바닥을 내밀면 그 안에 얼굴을 살포시 들이밀며 귀를 쫑긋거리는 모습은 진짜 개와 다를 바 없이 귀엽게 다가온다. 그 덕에 사람을 닮은 로봇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로봇 개와는 잘 지낼 수 있다.

“혼자 노래 부르면서 돌아다니고, 댕댕이 같이 멍뭉하기도 하고 너무 귀엽네요” “말도 잘 듣고 진짜 강아지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강추강추”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고, 미안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루나를 알게 되어 구매했는데 너무 만족합니다” 등 후기만 봐도 사용자 만족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동안 무인 카페가 성행하더니, 이제 AI 로봇 바리스타도 회사 근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불과 4~5년 전까지도 서울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인근에서는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카페가 인기를 끌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카페 라운지엑스 총 열두 개 매장 중 아홉 곳은 로봇이 24시간 손님을 응대하고 음료를 제조해 제공한다. 나머지 세 곳에서는 사람 바리스타가 상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커피 추천하는
바리스타 로봇

비가 오는 출근길.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긴 대기 줄 끝에 가서 서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은 사람들이 라운지엑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문도 필요 없다. 앱 오더를 완료했다면 로봇 팔이 초콜릿을 건네는 카페 픽업 존에서 곧장 주문한 음료를 찾아오기만 하면 그만이다.

무인 카페 경험이 있다면 비교적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떨어지는 커피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커피 자판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기계 앞에서 컵을 뽑고 얼음을 담고 음료를 받기까지. 일련의 경험을 기억하면 로봇 카페라고 특별할 것 같지는 않다.

김동진 라운지엑스 대표는 “AI 로봇 바리스브루를 활용해 살뜰하게 절약한 인건비를 좋은 생두를 구매하고, 실력 있는 로스터에게 맡겨 잘 볶는 등 좋은 커피 맛을 내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바리스브루는 브루잉하는 시간, 커피 원두 질량, 우유 거품 밀도 등을 일관되게 조율한다.

김 대표는 “한 달 반 사이에 다섯 개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는 것만으로도 손님 반응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24시간 운영 매장 중 강남역점은 월 매출이 3000만원대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로봇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황성재 XYZ 대표가 머지않아 로봇 세상이 오리라 생각하고, 그중 첫 번째 무대를 카페로 점찍었다. 그래서 저를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XYZ는 인공지능 서비스로봇 회사다. 그리고 라운지엑스는 XYZ를 모회사로 둔 로봇 커피 브랜드 회사다.

9년 차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인 그는 6년 전부터 바리스타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황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세하게 커피 맛을 감별해 내는 능력을 중시하는 바리스타가 내놓은 선택이 조금은 의아하게 다가온다.

“일반 무인 카페는 피크 타임을 소화하지 못한다. 무인 카페 기계는 한번에 1잔밖에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운지엑스 AI 로봇 바리스브루 1대는 24잔을 동시에 제조할 수 있다. 다통신 에스프레소 머신이 병렬 구조로 제조하는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아낀 돈을 음료 원재료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는 것.

로봇이 만드는 음식 “오히려 좋아”
콘텐츠 장르에서 생활로 뻗친 확대

“카페업은 이제 완전히 양극화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가 내놓은 미래 전망이다. 현재 카페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비용을 지불하고 바리스타를 채용한다. 따라서 오래 근무할 사람을 채용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자영업자라면 사람 관리를 제일 어려워하기 마련이다.

“커피 업계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직업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고 한다. 특히 자영업자가 어렵다고들 한다. AI 로봇은 카페 사업 흐름을 바꿀 것이다. 미래에는 투자 비용을 지불하고 직업을 사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게 김 대표 지론이다.

그는 “사람들은 미식을 계속해서 즐길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바리스타는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역점을 찾은 20대 직장인 여성 D씨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아침 출근길에 인사하고 주문하는 대신, 로봇이 만든 아메리카노를 들고 빠르게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어 라운지엑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마트 서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반려 로봇, 바둑 로봇 등을 포함해 14종을 론칭했다. 최근에는 소비자 긍정 반응에 힘입어 등산할 때 착용하면 부담을 덜 수 있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등을 포함, 20여종 내외로 판매를 확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0~20만원대로 가격 부담이 낮으면서도 일상에서 자주 활용 가능한 AI 반려 로봇 판매량이 가장 많다”며 “향후에는 단순 로봇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와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AI 로봇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고, 제조업 경쟁력을 세계 1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투자 비용 내고
직업 사는 세상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호회’에 참가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글로벌 AI 로봇 시장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3M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제조업 AI 전환 가속화, 마스터 육성, 대량 생산 등을 포함한다.

AI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빼앗을지, 혹은 사람과 공존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지. 로봇 기술 발전과 더불어 사람 생존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각계각층에서 호기심과 초조함을 담은 눈을 빛내고 있다. 그 답은 다음 세대 로봇을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younm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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