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엔 풀고 하반기엔 조이고…실수요자 울리는 '뒷북 총량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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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엔 풀고 하반기엔 조이고…실수요자 울리는 '뒷북 총량관리'

아주경제 2026-07-14 14:25: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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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연초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던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돌연 대출 문턱을 높이는 '뒷북 총량 관리'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연간 가계대출 목표를 예상보다 일찍 소진하면서 신규 접수 중단과 한도 축소가 잇따르자 실수요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총 648조3607억원으로, 작년 말(644조9700억원)보다 3조3907억원 증가했다. 이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약 4조3400억원) 대비 78% 수준이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조 단위 대출 신청액을 고려하면 7월에 대출 목표치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있다. 이미 5대 은행 중 세 곳이 목표치를 초과했고 나머지 두 곳도 조만간 목표치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8월 이후엔 신규 접수 자체가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 반복돼온 문제다. 작년에는 6·27 대책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가 연초 설정한 규모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7월 이후 대출이 문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2024년에도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맞물려 대출 판매가 제한됐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 관리 부담이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미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 납입 일정을 확정한 차주들은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에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계약 당시에는 가능했던 대출이 잔금 납입 시점에는 막히거나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과 은행의 정책 변화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하면 총량 관리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출 공급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주택시장 과열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총량 규제의 필요성보다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 수요는 억제할 수 있도록 총량 규제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출 실행 시점이 아닌 여신 승인 시점에 총량을 일부 배분하거나 은행별 관리가 아닌 은행권 공동관리 물량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주택자와 기존 계약자 잔금대출에 총량 일부를 배정하는 방식도 실수요자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도 총량 목표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목표치에 근접하면 대출 공급을 급격히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근본적으로는 총량 관리 방식 자체를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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