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당성에서 보는 화성특례시의 전경 (사진=화성시 제공)
탁 트인 바다 위로 요트가 오가고 항구 주변에는 여름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몇 분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시간이 펼쳐진다.
바다를 지키던 천년 산성, 마을의 세월을 품은 고목,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이 담긴 고택까지 화성 특례시가 여름 휴가철 서해안 관광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 전곡항 너머 펼쳐진 천년의 바닷길
전곡항에서 차로 5분 남짓 달리자 구봉산 자락에 자리한 당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벽 사이로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평온한 바다지만, 천년 전 이곳은 국가 간 힘겨루기가 벌어졌던 전략 요충지였다.
사적 당성은 백제의 영역에서 시작해 고구려와 신라를 거치며 이름을 달리했다. 고구려 때는 '당성군', 신라 시대에는 '당은군'과 '당성진'으로 불리며 군사와 행정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서해를 바라보는 입지는 당성이 왜 중요한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성벽 위에 서면 과거 사신과 상인들이 오갔던 국제 해상 교역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바다를 보러 왔다가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여행지"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당성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전문 해설사가 함께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역사 설명을 들은 뒤 유적지를 직접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350년 세월 버틴 나무 아래 잠시 쉬어가는 시간 당성에서 내려와 전곡리 방향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여행객을 맞는다.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350년 자연 유산 (사진=화성시 제공)
■ 천연기념물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약 350년의 시간을 견뎌온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유산이 아니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공동체의 상징이다.
과거 주민들은 이 나무 아래 모여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고, 가뭄이 찾아오면 비를 바라는 기우제를 올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물푸레나무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짙은 녹음은 여행객들에게 자연이 선물하는 휴식 공간이 된다.
나무 아래 잠시 머물면 화려한 관광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오래된 마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사진=화성시 제공)
■ 궁평항 가는 길, 조선 시대 삶의 흔적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궁평항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국가민속문화유산 정시영 고택과 정수영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정시영 고택은 19세기 초 건립된 대규모 양반가옥이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보다 내부 공간 배치가 특징적이다. 외부에서 안쪽이 쉽게 보이지 않도록 대문 위치를 조정하고 '월(月)'자형 구조를 적용해 사생활과 가문의 위계를 고려했다.
반면 정수영 고택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공간이다. 'ㄱ자형' 안채와 사랑채 등이 어우러진 구조는 당시 서민 주택의 실용성을 보여준다.
특히 집 안에 마련된 신왕단은 조선 후기 민간 신앙과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간 양반과 서민의 공간을 비교하며 걷다 보면 건축물 하나에도 당시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 "바다와 역사 함께 즐기는 화성만의 매력"
시는 올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안전한 관광 환경 조성과 지역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화성 서해안 여행은 바다만 보고 돌아오는 여행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른 바다 위에 남은 교역의 흔적을 보고, 천년 산성을 걷고, 수백 년 된 나무 아래 쉬며, 조선 시대 삶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 여행지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화성=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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