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단절됐던 아세안과 접촉 재개…'정권에 면죄부' 우려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군사정권에서 민간정부로 간판을 바꿔 단 미얀마 정권이 군사 쿠데타 이후 관계가 단절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접촉을 재개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은 내달 초 태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아세안 소식통들이 전했다.
그가 태국에 가면 지난 4월 군복을 벗고 민간인 대통령으로 변신한 이후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두 번째 방문이 된다.
그는 이달 초 대통령 취임 후 아세안 회원국 중 처음으로 라오스를 찾아 통룬 시술릿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의 자세한 태국 방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은 미얀마의 '민간정부' 수립 이후 미얀마와 아세안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미얀마는 태국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12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회원국들과 비공식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쿠데타 이후 끊어진 아세안과의 고위급 대면 소통을 다시 시작했다.
앞서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그해 4월 아세안과 민 아웅 흘라잉 당시 최고사령관은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폭력 즉각 중단 ▲모든 당사자 간 대화 개시 ▲인도적 지원 제공 등 5개 항목에 합의했으나, 이후 미얀마 측은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이에 아세안은 정상회의나 외교장관 회의 등에서 군사정권 고위직의 공식적인 참가를 배제하고 차관과 같은 비정치적·하위급 관료의 참석만 허용, 미얀마 정권 지도부와 거리를 둬왔다.
12일 회의에서 아세안은 미얀마 측에 5개 합의 항목 이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을 촉구했으며, 가택연금 전환 발표에도 여전히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세안의 이런 외교적 노력이 미얀마 내 실질적 상황 개선과 같은 성과 없이 미얀마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동남아시아평화연구소의 예 묘 헤인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미얀마 정권이 의미 있는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않고도 원하는 지역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면, 아세안은 (미얀마에 대해) 5개 합의 항목 이행을 장려하거나 진정한 정치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얀마 인권 전문가인 킨 오마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방콕에서 열린 것과 같은 비공식 회의조차도 아세안이 범죄적인 군사정권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미얀마 국민에 대한 군사 정권의 만행에 공모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아세안이 정부군의 공습 중단,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구호물자 제공 등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카렌민족연합(KNU) 등 소수민족 반군 단체들도 회의 전날인 지난 11일 공동 성명을 통해 회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아세안에 미얀마 반군·민주 진영의 모든 주요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시하삭 푸앙껫께우 태국 외교장관은 "이번 대화 과정은 5개 합의 항목에 반영된 우리의 기본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고 경청하며 달성 가능한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주 친군부 세력이 장악한 미얀마 의회가 5개 합의 항목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에 맞설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얀마 정권 측이 아직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앞으로 아세안과 미얀마 간 소통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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