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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910만 달러)을 제패한 유해란이 우승 순간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유해란은 지난 12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이어 불과 2주 만에 메이저 2연승을 달성하며 한 여자골프의 새로운 간판으로 우뚝 섰다.
유해란은 우승 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메이저 5개 대회 가운데 가장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가 바로 에비앙이었다”며 “주니어 시절 이곳에서 우승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 나에게는 더욱 특별한 대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해란은 2015년 에비앙 주니어컵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한 인연이 있다. 어린 시절 정상에 섰던 코스에서 메이저 챔피언이 되며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승 세리머니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대회장을 찾은 많은 교민과 한국 팬들은 대형 태극기를 펼쳐 들고 유해란을 응원했고, 얼굴이 담긴 대형 판넬까지 준비해 힘을 보탰다.
유해란은 “에비앙에서는 우승자 국가의 국기를 단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특별한 세리머니가 있다”며 “태극기를 두르고 많은 한국 분들이 함께 애국가를 불러주시는 걸 들으니 정말 메이저 챔피언이 된 것 같았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돌아봤다.
전날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유해란은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를 몰아쳐 11언더파 60타를 기록하며 남녀 메이저 대회 통산 18홀 최소타 기록을 새로 썼고,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마지막 날은 전혀 다른 경기가 펼쳐졌다.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했고, 8번홀(파3)에서 보기 이후 좀처럼 버디를 잡지 못했다. 18번홀(파5) 티잉 구역에 섰을 때까지 스코어카드에는 버디가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이와이 아키에(일본)가 공동 선두로 따라붙었고, 2022년 대회 우승자인 헨더슨은 공동 선두였고, 2022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인 헨더슨은 이글 2개와 홀인원 1개를 앞세워 무섭게 추격했다. 특히 헨더슨은 이번 대회에서만 이글 6개를 기록하며 LPGA 투어 한 대회 최다 이글 기록까지 세웠다.
유해란은 “3라운드에서 버디를 너무 많이 해서 마지막 날 버디까지 미리 다 해놓은 건가 싶을 정도였다”며 웃은 뒤 “경기 중반부터는 이와이와 헨더슨이 정말 좋은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서 ‘오늘은 우승을 축하해줘야 하는 날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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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헨더슨은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갈 2.5m 이글 퍼트를 남겼고, 유해란은 4m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유해란은 “속으로 ‘짧으면 바보다’, ‘짧게만 치지 말자’고 계속 되뇌었다”며 “ 라인이 어럽지 않아 홀을 지나가게만 치자는 생각으로 퍼트했다. 손도 많이 떨렸고 하루 종일 버디 없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홀에서 버디가 들어가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결국 유해란은 버디를, 헨더슨은 이글을 성공시키며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다시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유해란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헨더슨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그동안 유해란은 우승 경쟁은 많이 했지만 마지막 순간 고비를 넘지 못해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우승한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퍼트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거센 추격에도 끝까지 자신의 경기를 이어가며 결국 정상에 섰다.
유해란은 “우승을 놓쳐본 경험도 결국 큰 자산이 됐다”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우승하는 방법도 하나씩 배웠다. 경험이 쌓이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박세리(1998년 2승), 박인비(2013년 3승·2015년 2승), 고진영(2019년 2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로 한 시즌 메이저 2승을 달성했다. 또 2013년 박인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두 개 대회를 연속 제패한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메이저 퀸’ 계보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유해란은 “아직 그런 말을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 과분하다”며 “선배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기록과 업적을 남기신 분들이다. 나도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는 김주형이 우승하며 한국 남녀 선수가 같은 날 PGA 투어와 L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역사를 썼다. 사상 두 번째 기록이다.
유해란은 “김주형 선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우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같은 날 한국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국내 팬들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려 나 역시 뜻깊고 기뻤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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