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잇따른 스토킹·교제폭력 강력범죄를 계기로 정부가 대응 강화에 나섰다. 교제폭력 대응 법안 마련과 스토킹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방안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상당수가 기존 제도를 보완하거나 후속 조치에 머물러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14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관계부처TF는 전날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마련됐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김훈(45)이 스토킹 하던 20대 여성을 퇴근길에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경찰서를 찾아 상담을 받고 112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고소장 접수와 사건 처리 지연이 이어지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으로 번졌다. 이달 5일에도 경기 성남시에서는 50대 남성이 헤어진 연인을 한 달간 스토킹 한 끝에 퇴근길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먼저 TF는 법·제도 강화를 추진했다. 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도입을 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마련돼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교제 관계에서 이뤄지는 지배·통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에게 잠정조치 등 보호조치를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현행 최장 9개월인 스토킹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협업을 통한 선제적 대응책으로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할 경우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과 경찰청 112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시스템 연계는 올해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은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에 대해 추가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하거나 잠정조치를 추가·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3단계(고·중·저) 위험도 분류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피해자 지원 체계도 강화된다.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은 전국 261개 경찰서와 189개 가정폭력상담소 간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집중 모니터링과 전문 심리상담을 병행 운영하는 한편, 잠정조치 신청·청구 시 피해 상담 사실확인서 첨부를 활성화해 피해자 위험성 판단을 지원한다. 경찰청은 보복범죄 우려가 높은 고위험 피해자를 대상으로 민간경호(경호원 2인 밀착) 및 지능형 CCTV(주거지 침입·배회 감지) 등 강화된 안전조치를 제공할 방침이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여성가족부가 교제폭력·스토킹 고위험 징후를 담은 ‘레드플래그 10’ 대응 가이드를 마련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한다. 아울러 관계기관 합동으로 젠더폭력 대응 세미나를 개최하고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전문강사 파견 교육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계를 중심으로 이번 대책이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기존 정책을 보완·구체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전자장치 부착 가해자의 위치정보 알림, 특정 강력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경찰의 고위험 사건 위험도 분류와 민간경호 지원 등은 이미 현장에서 시행 중인 제도들이다.
이에 제도 마련보다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사기관의 전문성과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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