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여름철 피서 공식이 변화하는 추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아르코)가 출범시킨 '2026 아르코 썸 페스타'는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각지 문화 공간으로 대중의 발길을 유도한다. 서울, 부산, 제주, 춘천, 밀양, 광명, 화성, 음성, 청주 등지에서 총 15개 우수 제전이 연달아 개막을 알린다. 연극, 무용, 전통 연희,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가 일제히 무대에 오른다. 단기적인 재정 보조 관행에서 산발적인 행사들을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는 기획력이다. 휴가의 개념을 로컬 아트 트립으로 재정의한 행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방문객 특성 겨냥… 테마별 아트 트립
방대한 정보량은 참관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주최 측은 방문객의 동행 유형을 세분화해 맞춤형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지인과 친목을 도모하는 수요층에게는 새로운 영역 탐색을 권장한다.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1번출구 연극제'는 초심자도 극장을 부담 없이 찾도록 구성된 도심형 여가 코스다. 휴식을 원한다면 '제주국제관악제'가 좋은 대안이다. 섬의 청정 자연을 배경 삼아 관악의 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경기 화성의 '생생우리음악 일정'은 문화 거점 공간에서 생동감 넘치는 언플러그드 연주를 선사한다. 연세대 챔버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는 전자음향과 미디어 기술을 융합한 이색적인 청각 경험을 제공한다.
◇낭만과 세대 공감… K-공연예술 저력
연인을 위한 야간 코스는 감성을 채우는 기획으로 채워진다. '줄라이 페스티벌'은 드뷔시와 라벨 등 프랑스 거장들의 음악적 색채를 하우스 콘서트 양식으로 풀어낸다. 충북 음성과 수도권에서 막을 올리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고국 복귀작을 모았으며, '부산발레페스티벌'은 항구 도시의 야경과 발레의 율동을 조화롭게 묶어냈다. 고전주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세대를 아우르는 춤꾼들이 참여하는 '전통 고무신 춤 제전' 역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세대가 교감하는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제격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원로 예술인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늘푸른연극제', 십 대들의 창작열이 돋보이는 '청소년연극제 밀양'이 차례로 시민을 맞이한다. '춘천공연예술제'는 아동극까지 포괄하며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야외 광장에서 배우와 호흡을 나누는 '대한민국 마당극 행사' 및 '농촌우수마당극큰잔치',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 교육장인 '동래 민속예술 제전'은 훌륭한 산교육 현장이 된다.
◇심리적 문턱 파괴… 신규 수요층 발굴
선택에 고민하는 대중을 배려한 사전 시연회는 기획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오는 7월 25일부터 이틀간 마로니에공원 및 아르코예술극장 등지에서 '프리뷰 위크 시즌2'가 전석 무료로 개방된다. 포르투갈 보르치스 댄스 컴퍼니의 퍼포먼스,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초연 신작, 양종예의 부토 갈라 등 다채로운 라인업이 사전에 공개된다. 강원 지방의 무용 신작이나 청춘 라디오 코너도 실내 스튜디오를 채운다. 야외 광장에서는 지신밟기와 연희 체험이 활기를 더한다. 누구나 금전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입장하여 본인의 취향을 가늠해 보는 입구 역할을 수행한다. 직관적인 체험은 순수 예술을 어렵게 느끼던 선입견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거시적 생태계 확립… 아르코의 정교한 행정
부처의 정책 노선은 단기 창작 지원금 지급에 매달리던 과거와 확연히 구분된다. 아르코의 브랜드화 전략은 개별 콘텐츠의 홍보 자원 낭비 리스크를 줄여 각 지방 행사의 자생력을 높였다. 인근 식당, 카페, 숙박 시설 등 로컬 상권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유도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낸다. 일차원적인 예산 분배를 정비하고 상권과 관광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순수 예술을 특정 마니아의 폐쇄적인 전유물에서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격상시킨 아르코의 정교한 큐레이션 인프라는 K-공연 산업 전반에 묵직한 이정표를 우뚝 세웠다. 파편화된 행정을 다듬고 일상 속에 창작물이 스며들게 한 비전은 향후 대한민국 문화 정책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타를 확실하게 제시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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