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과 성수를 찾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최근에는 서울 동묘로 향하고 있다. 새 옷을 구매하는 대신 빈티지 의류를 직접 찾아 나서는 과정 자체를 여행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관광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동묘를 '플리마켓(Flea Market)'이나 '빈티지 마켓(Vintage Market)'으로 부르며 쇼핑뿐 아니라 시장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를 함께 즐기고 있었다. 동묘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한국의 로컬문화를 체험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데스크가 13일 오전 찾은 동묘 구제시장은 평일임에도 활기가 넘쳤다. 상품을 홍보하는 상인들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구제 의류와 축구 유니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직접 사이즈를 맞춰보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시장 골목을 촬영하거나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전통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르데스크와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지보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현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 니라(26·여)는 능숙하게 구제 의류를 고르고 있었다. 그는 "매주 동묘를 찾을 정도로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고 이곳 특유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다"며 "월드컵 시즌을 맞아 축구 빈티지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수나 명동에도 빈티지 매장이 있지만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고 상품 구성도 다양하지 않다"며 "반면 동묘는 가격 부담이 적고 방문객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플리마켓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 장위(20·가명·여)는 "이미 중국 SNS 샤오홍슈에서는 동묘가 관광객들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빈티지 쇼핑 명소로 알려져 있다"며 "홍대에서도 비슷한 매장을 둘러봤지만 동묘가 가장 저렴했고 상품 종류도 다양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앵기스(23·남)는 "SNS에서 동묘시장이 서울의 빈티지 명소라는 글을 보고 방문하게 됐다"며 "호주에는 플리마켓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 동묘에서는 다양한 빈티지 의류는 물론 오래된 카메라와 소품까지 볼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안에서 젊은 사람들과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며 "한국만의 전통적인 시장 분위기와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동묘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시장 전체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반응이다.
구제 의류 판매점 상인 이명희 씨(가명·여)는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실제로 옷을 구매하는 손님도 크게 늘었다"며 "상의와 하의는 물론 모자까지 빈티지 스타일을 선호하는 외국인 고객이 많아 예전보다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묘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빈티지 쇼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중고 물품을 찾는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함께 찾는 K-플리마켓으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성수나 홍대처럼 잘 알려진 관광지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상품을 직접 발굴하는 경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서울 관광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에서도 동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인 레딧(Reddit)에는 '한국에서 가장 저렴한 빈티지 시장 중 하나', '최고의 빈티지 쇼핑을 원한다면 반드시 동묘를 가야 한다', '레트로 패션부터 숨겨진 보물까지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에서도 '동묘 플리마켓', '서울 빈티지 쇼핑' 등의 콘텐츠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동묘를 서울 여행 필수 코스로 소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묘가 단순한 빈티지 쇼핑 공간을 넘어 한국의 로컬문화를 체험하는 관광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과 면세점 중심의 쇼핑 관광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시장의 고유한 분위기와 일상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체험형 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성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젠지(Gen Z) 세대를 중심으로 동묘가 새로운 'K-빈티지 관광'의 대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주희 상지대학교 레저레크리에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인의 일상과 생활문화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동묘 구제시장에 외국인 방문이 늘어나는 현상 역시 새로운 'K-빈티지' 관광 콘텐츠가 형성된 대표적인 사례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를 통해 동묘 특유의 분위기가 전 세계로 공유되면서 또 다른 관광객의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빈티지 의류를 찾는 관광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획일적인 관광지가 아닌 지역만의 분위기와 진정성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며 "동묘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빈티지 시장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시설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함께 개발한다면 동묘는 서울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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