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한반도 남부 지역에 자리 잡았던 마한은 소국들의 연맹체 형식으로 존재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따르면 마한은 54개 소국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현재의 경기, 충청, 전라 지역을 아우르는 세력이었다. 이들은 거대한 흙무덤인 분구묘를 축조하는 독특한 묘제를 지녔고, 철기 문화와 정교한 토목기술을 바탕으로 주변 세력과 교류하며 성장을 거듭하다가 점차 백제에 통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발굴 성과를 공개하는 ‘고창 봉덕리 고분군 3호분’은 마한의 소국 중 하나로 현재의 전북 고창군 일대에 기반을 두었던 고대 국가인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과 깊은 관련이 있는 유적지다. 현재까지 확인된 마한 분구묘 가운데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고창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성장한 모로비리국 세력은 강력한 지배 체계를 갖춘 세력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과 고창군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중월리에 위치한 3호분의 3차 발굴조사 성과를 일반 국민에게 공유하기 위해 14일 오후 1시에 현장 공개회를 개최한다.
‘고창 봉덕리 고분군 3호분’은 남북 약 78m, 동서 약 68m, 높이 약 8.8m에 달하는 거대한 장방형 구조의 분구묘다. 2023년 1차, 2024년 2차 조사에 이어 올해 진행된 3차 발굴조사를 통해 무덤의 성격과 고도의 축조 기술이 규명됐다.
특히 조사 결과 이 무덤은 내부에 시신과 껴묻거리를 묻는 별도의 매장주체부가 없이 오직 분구 자체만 축조된 형태로 확인됐다. 무덤의 용도를 넘어 고분군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의례적 묘역’의 역할을 했던 유적지로 추측된다.
현장 공개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확인된 토낭 격자망과 성벽 축조 공법이 결합한 초대형 고분 축조기술이 공개된다. 북쪽 구간에서는 가장자리에 흙으로 둑을 쌓은 후 흙자루인 토낭과 점토블록으로 사각형 격자망을 짜고 그 안에 흙을 채운 '격자망 구획 공법'이 소개된다.
동시에 남쪽 구간에서는 마치 성벽을 쌓듯 토낭벽을 수직으로 여러 겹 쌓아 올린 사면 성토 공법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분정 중앙부에서 출토된 발형기대(그릇받침) 조각과 남사면 가장자리에 토기를 묻었던 흔적 등 정교한 제의 행위가 지속됐음을 보여주는 유물 성과도 함께 설명된다.
이러한 발굴 성과는 당시 고창 지역의 모로비리국 지배세력이 대규모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동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갖추었음을 시사한다.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고창 봉덕리 고분군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이 계승되는 동시에 고창 지역 역사문화자원의 보존과 활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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