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못 낳는 도축 직전 양계장 폐닭을 과수원에 풀어놓자 벌어진 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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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못 낳는 도축 직전 양계장 폐닭을 과수원에 풀어놓자 벌어진 일 (영상)

위키트리 2026-07-14 11: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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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죄다 빠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닭 수십마리가 제주의 한 농장을 헤집고 다녔다. 평생 좁은 철창 안에서 알만 낳다 도축을 앞둔 채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던 폐닭들이었다. 그런데 한 농장 주인이 다 죽어가던 닭들을 밭에 풀어놓자 농장이 1년 만에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폐닭의 처음 모습. / '코코보라' 유튜브 채널

'도축 직전 버려진 폐닭을 농장에 풀어놓은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 채널 ‘코코보라’에 최근 올라왔다. 제작진이 직접 제주의 농장을 찾아 폐닭들의 달라진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닭들이 지내는 곳은 감귤류인 레드향을 키우는 하우스가 있는 밭이다. 이곳 주인은 산란계로 쓰이다 버려진 폐닭을 반려닭처럼 거두고 있다. 산란계는 알을 많이 낳도록 개량된 닭이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다. 알을 가장 많이 낳는 1년 반에서 2년 정도만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산란량이 떨어지면 폐닭으로 분류돼 식당으로 가거나 사료용으로 빠진다.

폐닭들의 처음 모습. / '코코보라' 유튜브 채널

닭은 본래 일정 주기마다 깃털을 새로 갈아입는 털갈이를 한다. 그러나 좁은 케이지에 갇힌 닭들은 처지가 다르다. 몸을 계속 비비고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쪼다 보니 깃털이 마모되고 뜯겨 나가기 일쑤다. 양계장 닭들의 털 빠지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져 폐닭으로 분류될 무렵인 두 살가량의 산란계는 이미 온몸의 털이 빠진 모습인 경우가 많다.

농장 주인이 폐닭들을 처음 데려온 건 측은지심에서였다. 그는 "하루라도 더 살게 해주고 싶었다. 데려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도 이 닭들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밭에 풀어놨다"고 말했다. 데려올 당시엔 상태가 좋지 않았던 닭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농장에 적응했다.

폐닭들의 현재 모습. / '코코보라' 유튜브 채널

닭들을 이 농장에 데려온 지 3년쯤 지나 지금은 거의 다섯 살이 됐는데도 놀랄 만큼 팔팔하다. 여름에는 털에 윤기가 덜하지만 겨울 털이 나면 반짝반짝 윤이 난다고 한다. 근래 본 닭 가운데 가장 건강해 보인다는 게 제작진의 반응이었다.

알을 못 낳던 닭들도 다시 알을 낳는다. 더위가 오기 전에는 하루에 20~25개씩 알을 수확한다. 다만 날이 더워지면 알을 잘 낳지 않는다. 농장 주인은 알들을 자가 소비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멀쩡한 농장에 굳이 폐닭을 들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닭들이 밭의 골칫거리인 달팽이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여름철 물을 자주 주다 보면 환경이 습해져 민달팽이나 집달팽이가 꼬인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끈적한 자국이 열매에 묻으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예전에는 하루에 서너 바가지씩 손으로 일일이 달팽이를 잡아야 했지만 닭들을 키운 뒤로는 달팽이 피해가 한 번도 없었다.

닭이 흙을 파헤치는 습성도 밭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닭은 먹이를 찾으려 흙을 발로 긁어 위쪽을 걷어낸 뒤 그 밑에 숨은 씨앗이나 곤충을 부리로 찾아먹는다. 이 과정에서 잡초 뿌리까지 헤집다 보니 밭에 올라오는 풀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닭들은 나름의 입맛도 있어 연한 순은 잘 먹지만 괭이밥 같은 풀은 잘 먹지 않았다. 다만 레드향이 익을 무렵이면 닭들이 열매를 먹어 치우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매를 재미 삼아 하나둘 주다 보니 닭들이 그 맛을 알아버렸다고 했다.

닭이 주는 이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료에 섞어주는 깻묵은 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이다. 이 깻묵이 닭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또한 땅에 양분을 공급하는 비료로도 쓸 수 있어 농사에도 보탬이 된다. 닭들이 배설하는 분변에도 질소 같은 영양 성분이 포함돼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거름이 된다.

수컷 닭도 농장에 들어오면서 병아리도 태어났다. 촬영 당시 태어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따라다니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1년에서 2년 동안 좁은 닭장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폐닭들이 이제 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흙 목욕을 하며 농장의 성실한 일꾼으로 지내고 있다.

농장 주인은 "처음 데려올 때부터 닭들이 죽을 때까지 여기에서 살다가 죽으면 이곳에 묻히도록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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