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2차 징계 정치가 막을 올리고 있다.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최소 30명 이상이다. 장 대표는 왜 징계 정치에 몰두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징계 정치는 어떤 위험을 안고 있을까? 징계 정치는 장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기존 정치 관례와 달리 사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정치적 정당성 일부를 스스로 허물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 대표는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시도하고 있다.
30명 이상
현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에 징계 요청 대상으로 접수된 의원은 최소 30명 이상으로 거론된다. 이 징계 시도는 강경 보수 성향 일부 당원들과 윤리위가 뒷받침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안과미래 등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소장파 성향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한 친장(친 장동혁) 성향 당원 규모는 최대 1만8000여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이 윤리위에 회부한 이유는 대체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지원 유세 동참 ▲한 의원 선거운동에 보좌진 파견 의혹 ▲국민의힘 박민식 전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 후보 비하 ▲당내 분열 조장 및 비하 발언 ▲지도부 총사퇴 요구 등으로 정리된다.
이 사유들 중 당내 분열 조장 항목에는 국민의힘 내 소장파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25명 전원이 포함된다. “한 의원의 지원 유세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된 이들은 배현진·고동진·박정훈·한지아 의원 등이다. “한 의원에게 보좌진을 파견했다”는 의혹은 진종오 의원이 받고 있다.
박 전 후보 비하 의혹은 한기호 의원이 받고 있다. 국민의힘을 일컬어 “좀비 정당”이라고 지칭해 당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은 양향자 최고위원이 받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징계 대상이 됐다.
30명 이상을 한꺼번에 징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현재 1차 징계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의원은 배현진·김예지·안상훈·진종오·정성국·우재준·박정훈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3월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의원이 대구를 방문했을 당시 그와 동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비례대표·서울 강남권·부산 출신 의원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에게 강한 징계를 가해 정리하면 친한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조직 내 갈등 상황에서 3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징계는 모두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출혈을 일으키고, 분당·대규모 탈당 등 시스템 붕괴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따라서 7명만이 1차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전선을 확대해 상호 파멸로 연결되기보다, 눈에 띄는 명분을 가진 7명만을 본보기로 처벌해 신호를 발신하려는 전술로 볼 수도 있다.
비례·텃밭 의원 겨눈 본보기 타격
복당 영구 금지론까지 꺼낸 복안은?
그렇다면 나머지 잠재적 징계 대상자들에게는 “더 이상 반발하면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명확한 억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피를 많이 흘리지 않더라도 반대 진영 내부에 자기 검열을 강제해 계파의 결속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비용 효율적인 공포 주입 방식이다. 흔한 말로 ‘본보기’ 효과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7명의 출신 성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독자적 지역 기반이나 사조직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들의 정치적 생명은 정당의 간판과 지도부의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 징계를 가하더라도 반격·생존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아울러 텃밭 지역구 출신들에게도 당의 프리미엄은 압도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당선이 타 지역보다 비교적 쉬운 만큼, 징계 압박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장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 전체의 피해도 차단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지역 출신 의원을 엄선해 징계할 필요가 있다.
또 한 의원을 지원한 의혹을 받는 의원들도 큰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는 엄연히 국민의힘 후보도 출마했다. 파벌의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한 의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소속이다. 따라서 당의 후보가 아닌 한 의원을 지원했다는 점이 명백해진다면, 해당 행위가 성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모두 국민의힘 텃밭 혹은 비례대표 당선이라는 ‘안전지대’에 있기 때문에 징계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안전지대는 그만큼 대체자를 구하기 쉽다. 그리고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공포가 주입될 수 있다. 이를 일종의 ‘리스크 최소화 징계’ 또는 ‘제한적 본보기 타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더기 징계 시도는 장 대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타인을 통제하는 힘을 물리적 강제력에 가까운 권력과 정당성에 기반한 권위로 구분했다. 베버에 따르면, 권력은 타인의 저항을 뚫고서라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힘이다. 반면 권위는 피지배자 스스로 명령을 정당한 것으로 수용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 정당에서는 지도부가 ▲당헌·당규의 합리적 해석 ▲구성원 간의 설득 ▲대화와 토론 등을 통한 합법적 정당성으로부터 권위를 얻는다. 따라서 장 대표가 무더기 징계를 추진한다는 것은 스스로 합리적 권위를 잃었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당신 차례” 신호 전파 목적?
무더기 가처분·당무 판단 사법화 우려
한나 아렌트는 권력과 폭력을 배타적 개념으로 봤다.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적 권력도 다수의 자발적 지지와 소통을 전제로 한다. 자발적 지지와 동의가 사라졌을 때,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폭력이다. 아렌트식으로 말하면, 폭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권력의 위기를 증명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해당 행위자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복당을 영구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해당 행위자’에 대해서는 한 의원 사례처럼 제명 또는 복당 제한까지 염두에 둔 강경 대응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윤리위가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의 반응을 놓고, 일각에선 “정치적 설득이라는 정상적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학적으로도 ▲상징적 통제력 파산 방지 ▲강경 보수 당심 고갈 공포 ▲도미노 이탈 기대 비용 강제 인상 등 해석 가능성이 열린다. 즉, 장 대표로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에 대한 통제력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또 강경 보수 성향 당심마저 돌아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이탈하는 비용을 강제로 높이면서 통제력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무더기 징계는 곧바로 무더기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현진 의원과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효력이 정지됐다. 이는 장 대표와 윤리위 모두에게 아킬레스건이다.
이 때문에 장 대표와 윤리위가 절차적 오류를 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아울러 정치가 사법화돼 국민의힘의 자율성이 법원 판단에 종속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2차 징계
실제 징계가 진행되면, 대안과미래 등 소장파 그룹은 ▲장 대표의 사적 보복 및 권력 남용 프레임 ▲가처분 신청 ▲정당 민주주의 수호론 등을 앞세워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동혁의 배제 전략과 비당권파의 가처분·여론전이 맞붙는 순간, 국민의힘 내전은 치킨게임으로 흐를 수 있다. 과연 양측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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