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30세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탄핵 정국을 함께 넘은 청년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도,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이 너도나도 청년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11~1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20대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21.3%로 집계됐다. 이는 6·3지방선거 직전 조사보다 12.8%p 하락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59.1%로 25.6%p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6일 같은 기관에서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경고등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24.4%p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무더기 징계’ 등 사건이 있음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과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응답률은 2.8%(더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2030 지지율이 빠진 만큼 8·17 전당대회 주요 과제 역시 청년 세대의 민심 회복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 싱크탱크 밸리드(VALID·공동대표 배강훈)와 함께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지지율 하락 원인 파악에 나섰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기득권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걸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의장은 “그나마 2012년, 2017년 정도까지 2030이 우리를 지지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잃어버린 경험을 같이 공유하고 있었던 세대였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을 네 번째 배출하는 정도면 유능함으로 승부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과거 민주당은 기득권과 싸우는 도전자로서의 브랜드를 가지고 중대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켰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전자가 아니라 기득권 이미지로 고전했고,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는 도전자가 아니라 마치 1등 브랜드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후 마음의 문 닫은 청년들
“영원한 집토끼는 없다” 싸늘한 경고
이어 “2030 여성이 기존 민주당 지지에서 일부 이탈한 것도 자가의 욕망,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한 분노, 여성들의 이슈에 대한 무관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과거의 도전자 브랜드를 다시 정립하지 않으면 2028년 총선은 물론이고 2030년 대선에서 충격적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듯 당권주자들과 최고위원 후보들도 일제히 2030 청년 세대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청년층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 차기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7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던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030 청년 친화 민주당’을 제시하며 당원 주권 확대 강화를 위해 ‘당원 직선 청년 최고위원’을 제안했다.
다음 날인 8일 송영길 의원은 ‘2030(세대) 없이 2030(총선)도 없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출마를 공식화했다. 송 의원은 “2030 특별위원회와 플랫폼을 만들어 2030이 당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게 하겠다”며 청년 세대 공략에 나섰다.
마찬가지로 출사표를 던진 고민정 의원은 “밖으로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안으로는 청년을 키우는 젊은 민주당의 길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약했다. 고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히 2030 청년 세대는 민주당을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그들에게 민주당은 격차를 만들고 방치한 기득권 세력이었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오른 뒤 걷어차 버린 위선적 세력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례적으로 ‘청년’ 키워드가 크게 주목을 받는 상황인 만큼 청년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신뢰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30 세대가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들의 역할론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4일 1989년생 김보미 전 강진군의장은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최연소 후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김 전 의장은 “청년의 입을 틀어막는 낡은 정치를 부수고, 번호표를 뽑고 줄 서지 않아도 정책으로 당당히 경쟁하는 광장을 만들겠다”며 “호남 청년인 제가 예비경선을 통과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변화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안수사권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1988년생의 김형남 전 서울시장 후보는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후보는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께서 한목소리로 2030 청년 친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두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전당대회를 만들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세수에 따른 미래대응기금 조성은 청년들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하며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답을 내야 할 때다. 출마 의사를 밝히신 우리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님들께 ‘미래대응기금 활용 방안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2001년 정치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인 정민철 현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도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다. 정 부의장은 자신이 최고위원이 돼야 하는 이유로 ‘민주당-청년세대 간 연결’을 꼽으며 “지금 민주당은 아무래도 청년 세대와 단절됐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든, 이재명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든 순식간에 악마화되고 가짜 뉴스로 도배되는 일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들의 당찬 포부와 달리 원내 진입 과정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표 후보로 나선 김 전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17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나면 21일 예비경선이 치러진다. 고작 4일 만에 어떻게 컷오프 대상자를 가려낸다는 것인가”라며 “몇 천만원에 달하는 기탁금을 냈지만 토론회는 겨우 한 번이다. 청년에게 있어서 적지 않은 돈이다. 결국 인지도 순으로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게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에 출마해서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토론회를 하는 게 소원”이라며 “지금 민주당 체제는 청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완수사권, 검찰개혁,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청년이 느끼기엔 괴리감이 있다. 일단 먹고사는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 우리 청년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형남 전 후보도 <일요시사>를 통해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를 통해 진단은 내려졌다. 이제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말로만?
그는 “노동시장 구조라든가, 당이 이런 어젠다를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조차 2030세대의 의견이 갈린다. 청년이 참여하지 않으니 무엇이 반대고 찬성인지 기준점이 없어 파악이 어렵다”며 “청년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슈를 제기해야 우리 (민주)당이 어떤 당인지를 유권자에게 입력시킨다. 논쟁으로 소모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가치를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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