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올해 5번째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고성장·고환율·고유가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데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 등 금융안정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반면 미국은 고용시장 둔화로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미 통화정책이 다시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전망치(1.9%)보다 큰 폭으로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견조한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성장 전망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동반 상승했다. ADB는 기존 전망에서 0.4%포인트 올린 2.7%로 내다봤다. 꾸준히 지속된 고환율에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24.7% 급등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0.93%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 조정된 데다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한은이 더이상 금리 인상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고용시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 한미 통화정책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역시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2.7%로 각각 큰 폭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도 예상보다 강해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신현송 총재도 취임 이후 꾸준히 긴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5월 첫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후 공개 석상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확대를 근거로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는 점도 인상 명분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늘어 22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4조3000억원으로, 수도권 아파트 거래 증가와 기존 분양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더해진 영향이다. 한은은 이런 대출 증가 흐름이 시차를 두고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높이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일부 억제하고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시장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차 높게 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제시되거나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되고 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오는 금통위에서는 25bp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도 “이란전쟁 이후 높아진 유가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통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장일치로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박준우 연구원 또한 “물가에 대한 수요측 압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다소 달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후 발표된 6월 비농업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경제활동참가율도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은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42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최대 2.0%포인트의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최근 1500원 수준까지 내려온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른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금리차 축소만으로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동락 연구원은 “10월 추가로 25bp 인하를 단행해 연말 기준 기준금리는 3.0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번 인상 자체는 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나 연말까지 2차례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상당 부분 축소되며 환율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지 않다.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993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른바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 5월 말 사상 처음 38조원을 넘어선 뒤 두 달 가까이 35조에서 37조원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처럼 레버리지 투자가 누적된 만큼, 금리 인상이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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