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방식으로 놓고 선거 초반부터 심상찮은 분열을 노정하고 있다. 선호투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친명계와 친청계 사이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13일 정례 최고위원회의까지 취소되는 파행을 빚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당규 개정, 결선투표제 유지 여부 등을 놓고 논의를 시도했지만 친청계 최고위원들의 강한 반발로 2시간여 만에 결론 없이 파행했다. 이 여파로 13일 오전 예정됐던 정례 최고위는 “숙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격 취소됐고 지도부는 14일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논란의 핵심은 선호투표제가 현행 당헌·당규에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도입하려면 어떤 절차적 수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모아진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이미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선호투표제 도입안을 의결하고 최고위·당무위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현행 규정상 선호투표 적용은 불가능하다”며 선호투표제 여부를 논의하기에 앞서 당헌·당규 개정과 당원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당헌·당규 위반 소지가 완전히 해소된다면 다구리를 맞더라도 견디며 결정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선호투표제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달고 있다.
현재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과 절차를 고려하면 전당원 투표나 전당적 논의를 거친 당헌·당규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입장이 “형식적으로는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도입을 막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1·2·3순위 등으로 선호를 표시하고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후보의 표를 상위 선호도에 따라 재배분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결선투표 없이 1라운드에서 ‘숨은 2·3순위 표심’을 반영할 수 있어 특정 계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 후보에게 불리하고 다수 계파에 걸쳐 ‘차선·차차선’으로 선택받는 후보에게 유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이 점에서 선호투표제는 김민석 송영길 등 친명·비명계 일부가 선호하는 반면 친청계는 결선투표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제도 논쟁이 이제 전당대회의 ‘게임의 규칙’을 두고 한 계파가 다른 계파의 유불리를 걸고 샅바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최고위원회가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계파별 대리전이 벌어지는 장이 되면서 본래 역할인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 통합·조정 기능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3일 최고위 취소로 지도부 공백과 전당대회 준비 차질 우려까지 커지자 “선호투표제가 당의 미래를 좌우할 의제는 아닐 텐데 결국 계파별 유·불리만 계산한 룰 싸움에 당이 매몰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고위원 선거 구도 역시 이른바 ‘명청 대결’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친청계 최민희 의원은 “민주당을 지키고 개혁의 견인차가 되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한민수 의원도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 재창출의 길에 함께하겠다”며 출마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 친명계에선 이건태 서미화 박성준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송영길계로 분류되는 김영호 박선원 의원도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며 다계파 경쟁 구도가 짜이고 있다.
민주당의 선호투표제 논쟁은 제도 개선을 향한 생산적 토론이라기보다 계파 간 기 싸움과 정략적 이해관계가 뒤섞여 전대 초반부터 파행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한 고민정 의원은 “국민들은 그런 룰에는 관심도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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