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봤을 때 솔직히 희열을 느꼈어요. 작품 안에서 나은세가 제일 힘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웃음)”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에서 강렬한 반전을 선사한 배우 이서안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사업의 신이라 불리는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손현주)가 사고를 당하면서 원치 않는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 드라마로 지난 5일 최고 시청률 13.6%로 종영했다. 극중 최성그룹 장남 강재성(진구)와 정략결혼을 한 태하그룹 나병모(정재성) 회장의 딸 나은세로 분한 이서안은 후반부 강용호를 살해하려 한 범인임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소름끼치고 섬뜩한 빌런 연기를 보여준 이서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름 세글자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작품 중 롤이 가장 컸어요. 이렇게까지 큰 역할을 한 적이 있었나라고 되짚어볼 정도로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후반부 이렇게 반전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상상하지 못했고요. 나중에 대본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죠.”
이서안은 나은세 캐릭터가 자신의 본래 성격과 전혀 교집합이 없어 연기를 준비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서안은 “감독님이 겉은 고급스럽고 차분해 보이지만 속은 엄청 야망이 득실하고 소유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이 가득한 여성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되게 밝고 주변 사람도 친구도 많은 스타일이라 완전 정반대 성격”이라며 “촬영하면서 조금 외롭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촬영 끝나고도 놀러 가지도 않고 그냥 책 보고 계속 기분을 좀 다운시키면서 감정을 잡았다”고 떠올렸다.
방영 후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욕하던데요”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이서안은 “친언니가 저 ‘얄밉다’고 얘기하고, 조카는 제가 이렇게 역할이 큰 적이 없었다 보니 마냥 신기해하더라. 아빠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재밌게 보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지금은 연기자로 익숙하지만 이서안은 2009년 그룹 씨야로 데뷔해 가수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씨야 탈퇴 후 혼성그룹 남녀공학을 거쳐 걸그룹 파이브돌스 멤버로도 활약했지만 가수로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가수 활동에 대해 “힘들게 활동했었던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싶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연기하고 싶어서 기획사를 알아봤는데 당시 ‘가수 먼저 해서 얼굴을 알리면 연기를 시켜주겠다’고 했었어요. 저는 음악도 너무 사랑했고 춤추고 노래하는 걸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학생이었거든요. 가수, 배우 이런 걸 정하기보다는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당시 ‘마마’도 가고, ‘인기가요’도 가고 정말 정신없이 24시간 연습실에 있으면서 아예 잠도 못 자고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나의 성장기가 담긴 그때의 영상이나 사진이 남아 있다는 게 늘 감사하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서안은 ‘크리미널 마인드’, ‘저스티스’, ‘끝내주는 해결사’, ‘로얄로더’, ‘정년이’, ‘친애하는 X’까지 다채로운 변신을 인정받으며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 다만 그는 “솔직히 ‘신입사원 강회장’ 들어가기 전에는 ‘이 일을 그만해야 되나’라고 생각도 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2021년 모친상을 당한 이서안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어머니였다고. 그는 “‘지금은 이래도 넌 언젠간 빛을 볼 거야 계속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20대 후반 때는 계속 이렇게 놀고 있는 게 너무 미안했는데 그때도 엄마는 ‘괜찮아, 넌 엄마가 있잖아’라고 말해주던 분이었다”라며 “이렇게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지 않나 싶다.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저의 원동력이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도 엄마가 ‘신입사원 강회장’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도 엄마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했죠.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작품에 임해요.”
롤모델이 누군지 묻자, 이서안은 큰 고민 없이 배우 김혜수를 꼽았다. “아역으로 데뷔하셔서 지금까지 쭉 하고 계시잖아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으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이렇게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단한 주인공이 아니라도,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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