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해석 기자 = 장부상 매출은 화려한데 왜 회사의 통장은 늘 비어 있을까?
많은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손익분기점(BEP)’만 넘기면 모든 고통이 끝날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흑자 전환 직후에 매출채권과 재고가 늘어나며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성장의 역설’에 빠지곤 한다.
장부에 찍힌 이익은 ‘약속’일 뿐 직원의 월급을 주고 거래처 대금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오직 통장에 들어온 ‘현금’뿐이기 때문이다.
33년 동안 인텔 코리아, 에릭슨 코리아, 이랜드 유럽 법인 등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EO를 역임하며 위기 기업을 회생시켜 온 턴어라운드 전문가 김성호 저자가 신간 《현금경영: 33년 경영 현장의 CEO가 알려주는 현금 생존법》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장이 복잡한 회계를 모르거나 핵심 인재를 빼앗겨도 기업이 당장 망하지는 않지만 현금이 제로(0)가 되는 순간 기업은 그 즉시 무너진다는 엄중한 현실을 고발한다.
최근 수년간 비즈니스 업계는 거대한 격변을 겪었다. 티몬·위메프 사태, 발란의 파산 선고 등 화려한 투자금과 거래액(GMV)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현금 고갈로 무너진 반면, 컬리·무신사·토스 등은 마침내 흑자로 돌아서며 생존했다.
저자는 에어비앤비가 창업 초기 자금난을 겪을 때 대선 기념 시리얼 박스를 만들어 팔아 번 3만 달러로 연명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들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야말로 기업을 살리는 진짜 체력이라고 강조한다.
시장에서 직접 현금을 만들어낸 생존자들과 투자금 위에서 춤추다 사라진 거인들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현금은 투자자가 내려주는 동아줄이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 꼬아 만든 생명줄임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은 단순한 재무 이론서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가 14년간 죽음의 문턱에 선 기업들을 되살려내며 정립한 치열한 ‘야전 매뉴얼’이다.
책은 현금경영의 마인드셋부터 시작해 경영자가 반드시 봐야 할 ‘생존 계기판’인 현금흐름표 읽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특히 현금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실전 기술로 운전자본의 3대 축인 ▲매출채권 ▲재고 ▲매입채무 등에 대한 관리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 원 규모의 기업이 영업팀의 관행을 깨고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75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것만으로도 약 4억 원의 현금을 즉시 추가 확보할 수 있음을 숫자로 증명한다.
또한 돈이 필요할 때 급하게 구하는 ‘비싼 돈’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금 유출액을 바탕으로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개월 수인 ‘런웨이(Runway)’를 매일 점검할 것을 권한다.
책은 리더의 인식 전환부터 실전 실행까지 단계적으로 이끈다. 부록으로 수록된 ‘현금 위기의 20가지 징후 체크리스트’와 위기 상황 시 즉각 가동해야 하는 ‘워룸(War Room) 매뉴얼’, 그리고 ‘현금경영 핵심 원칙 12가지’는 경영자들이 책상 위에 두고 매일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위기가 오면 결국 현금이 말합니다. 평소에 현금을 챙긴 리더는 선택지가 있고, 그렇지 않은 리더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 차이가 회사의 운명을 가릅니다. 현금경영은 기법이기 전에 경영자의 철학입니다.” (본문 중에서)
벼랑 끝에 서기 전에 우산을 준비하고 싶은 경영자, 매출은 느는데 늘 자금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이 책은 회사의 생명을 연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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