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누운 사람 밟고 지나간 운전자, 법원은 왜 '뺑소니 무죄'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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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누운 사람 밟고 지나간 운전자, 법원은 왜 '뺑소니 무죄'라 했나

로톡뉴스 2026-07-14 08:4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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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도로에 누워 있던 사람을 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운전자가 도주치사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밟고 지나갔지만, 뺑소니는 아니었다.

밤길 도로에 누워 있던 사람을 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도주치사, 이른바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사고는 2024년 용인의 한 도로에서 일어났다. 20대 운전자 A씨는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차 바퀴로 밟고 지나갔고, 피해자는 숨졌다.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검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즉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사고 당시는 야간이었고 불법 주차된 차가 많아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고 했다.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쓰러져 있으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고, 차체가 흔들렸을 때도 과속방지턱 같은 구조물을 넘은 것으로 여겼을 뿐 사람을 친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18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곳이 어두웠고,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주행 중인 차 안에서는 사람으로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봐도 노면 위 검은 물체 정도로만 보일 뿐, 사람이라고 인지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번화가 도로 바닥에 사람이 누워 있을 것을 미리 예견해 대비할 주의의무를 운전자에게 지우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과속하거나 차량 장치를 부주의하게 조작하는 등 운행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뺑소니'로 처벌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람이 숨졌고 운전자가 현장을 떠났는데도 무죄가 나왔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도주치사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운전자 가중처벌)의 구조를 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도주치사는 아주 무거운 죄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 도주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벌금형이 없다.

대신 성립 문턱이 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①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났고 ②그 사고로 피해자가 다치거나 숨졌으며 ③구호 등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야 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이 사고를 냈다는 인식이다.

운전자가 사람을 쳤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그 자리를 떠난 것을 '도주'로 볼 수 없다. 도망칠 사고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본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어두운 노면, 검은 옷, 블랙박스에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물체. 이런 정황에서 A씨가 '사람을 쳤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견할 주의의무도, 사고를 냈다는 인식도 인정되지 않으니 도주치사죄의 뼈대가 서지 못한 것이다.

밤길 운전 중 뭔가를 밟았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이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무언가 이상한 충격이나 소리를 느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첫째, 차를 세우고 상황을 살핀다. 사람이나 사고가 확인되면 곧바로 119·112에 신고하고 구호 조치를 한다. 사고를 인식하고도 떠나면 그때는 도주치사·도주치상이라는 무거운 죄가 성립할 수 있다.

둘째, 블랙박스는 지우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블랙박스 영상이 '사람으로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됐다.

사고 당시 시야가 어땠는지, 어떻게 운전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이 영상이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

셋째, 다퉈볼 사정이 있다면 초기부터 정리해둔다. 야간·기상·도로 상태 등 시야를 제한한 정황, 과속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뒤로 갈수록 입증이 어려워진다. 사고 직후의 기록과 정황이 곧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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