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왜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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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을까?

프레시안 2026-07-14 08:28:24 신고

3줄요약

스웨덴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6월 초에 발표한 '2026년 SIPRI 연감'에는 조선(북한)의 핵전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 두 가지이다. 하나는 조선의 핵무기 보유량이 2026년 1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개 늘어난 60개로 추정한 것이다. 또 핵물질의 분량도 3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는 조선의 핵탄두를 모두 '보관' 상태로 추정한 것이다. SIPRI의 분석에 따르면, 1만 2,187개로 추정되는 전 세계 핵무기 가운데 '배치' 상태 핵탄두는 작년 3,912개에서 올해 4,012개로 100기 늘어났다.

미국은 1770개로 같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1718개에서 1796개로 78개가 늘어났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20개와 280개로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중국은 24개에서 34개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공인 핵보유국인 인도는 올해 처음으로 12개의 핵탄두를 배치한 상태로, 파키스탄, 이스라엘, 조선은 모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최소한의 핵전쟁 방지책, '보관'

'보관'은 미사일 등 운반수단에 탑재되어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한 '배치'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보관에서 배치 상태에 돌입하려면, 국가 지도부의 승인→엄격한 보안과 점검을 거친 핵탄두의 출고와 점검→미사일 등 운반수단에 탑재→지휘통제 체계로의 편입 등의 단계를 거친다.

앞선 글들에서 밝힌 것처럼, 조선은 핵보유국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고, '유사시 한국 완전 파괴'와 같은 핵폭탄급 발언도 내놓곤 한다. 또 즉각적인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SIPRI의 추정은 조선이 공표해온 핵 교리와는 사뭇 다른 해석의 여지를 준다.

핵보유국들이 핵탄두의 상당량, 혹은 전부를 배치하기보다는 보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핵전쟁 위험을 줄이려는 데에 있다. 핵탄두를 운반수단에서 분리해 보관하면, 오발사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비인가자가 임의로 사용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또 핵탄두가 발사체에서 분리되어 보관되어 있으면, 조기경보체계가 잘못 작동되어도 지도부가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핵전쟁 방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도 거론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다수의 핵탄두를 즉시 사용이 가능한 배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오판과 오인에 의한 핵전쟁 발발의 위험을 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최소한 양국이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6월 4일 "김정은 동지께서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앞으로의 방대한 계획 실행의 순차와 그 담보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로동신문=뉴스1

조선이 명심해야 할 지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이 공표해온 핵 교리와 SIPRI의 추정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SIPRI는 "조선의 핵무기의 상태와 역량에 대한 정보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고도 했다. SIPRI가 추정한 조선의 핵무기 보유량과 '보관' 상태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 모두 추정이라는 뜻이다. 이 간극은 조선의 핵 교리가 실제 운용태세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억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다만 분명한 점은 있다. 9개의 핵보유국 가운데 핵무기 의존이 가장 심한 나라가 조선이라는 것이다. 그 사유는 한미동맹에 비해 군사적인 열세에 있는 상황을 핵무장으로 만회해 생존을 도모하겠다는 데에 있을 게다. 조선이 '과유불급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생존을 핵무기에 의탁할수록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이 핵무력을 질량으로 강화하고 신속한 핵반격태세 구축의 유혹에 빠져들수록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도 피해갈 수 없다. 서로가 일촉즉발의 상태를 유지하면 사소한 기계의 오작동과 인간의 오판과 오인이 핵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교훈은 군사과학기술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소련(러시아)에서도 숱하게 발생해왔다.

한미동맹과 조선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는 더하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소통 채널마저 단절되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지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의 위험이 매우 커진다. 조선이 평소에 유사시에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뿜을수록 한미동맹은 조선이 발사한 포탄이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미동맹의 대응의 강력해질수록 조선의 핵 사용 문턱도 낮아진다. 그 문턱이 낮아질수록 조선 핵과 미국 핵이 맞교환되는 핵전쟁의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과 소련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절멸의 공포를 경험하고선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1963년에는 위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 협정'을 체결했고, 이후에는 여러 핵군비통제 협정을 체결해 공격용·방어용 무기 제한에 착수했다. 그리고 1971년에는 '핵전쟁 발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관한 협정'을, 1973년에는 이를 발전시킨 '핵전쟁 방지 협정'을 체결했다.

지금까지의 조선은 미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의 공세적인 핵 전략을 학습해 이를 자신의 핵 교리에 반영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경보 즉시 발사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 이를 해제해 '보관' 상태로 되돌리고, 한국 및 미국 등과 '핫라인'을 구축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군비경쟁이 아니라 군비통제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핵무기에 생존을 의존하면서 인간의 무오류성을 믿는 것이야말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71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협정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55년 전 미국과 소련이 공동으로 확인했던 이 경고는 오늘날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정은 정권도 꼭 유념하길 바란다.

"아무리 정교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기술적인 오작동이나 인간의 실책, 그리고 허가받지 않은 행동이 핵 재앙이나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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