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메타의 AI 글래스 출시로 국내에서의 AI 글래스 보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함께 사생활 침해와 불법 활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반 안경과 외형이 비슷해 주변에서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기술적 안전장치와 제도적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14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도 한 이용자가 AI 글래스의 촬영 표시등을 가린 채 상대방을 무단 촬영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경찰 수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며 AI 글래스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AI 글래스가 불법촬영 등의 범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현재 세계 AI 스마트글래스 시장의 85.2%(지난해 옴디아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메타는 지난달 국내에 제품을 정식 출시한 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메타는 불법촬영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기술적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메타는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 전면 LED 표시등이 자동으로 깜빡이도록 설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 테이프를 붙이거나 불법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 불빛을 막는 변조 수법이 확산하자 고강도 대책을 꺼내 들었다.
촬영 LED 표시등이 물리적으로 변조되거나 훼손된 정황이 감지될 경우 카메라 기능 자체를 완전히 먹통으로 만드는 자동 비활성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불법 변조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휴대전화처럼 촬영 시 강제적인 셔터음이 나도록 유도해달라는 요구도 나오지만, 메타 측은 멀리 떨어진 주변 사람에게까지 들리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낮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불법 사용 여부는 개인의 책임 영역인 만큼, 제조사의 기술적 조치 외에 임의적인 제도적 규제를 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AI 글래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는 와중에 삼성전자의 스마트 글래스 출시가 임박하면서 국내 AI 글래스 보급이 한층 더 급증할 경우 관련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등과 함께 만든 첫 AI 스마트글래스(가칭 갤럭시 글래시스)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글래스 보급이 더욱 확산될 경우 이를 둘러싼 사생활 침해 우려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교수는 현행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관련 법령을 언급하며 법적·절차적 보완의 필요성을 짚었다. 이 교수는 “우리 법상으로 이동 CCTV의 경우 불빛이나 소리 같은 신호가 있고 이를 보고 거부(옵트아웃)하지 않으면 동의한 걸로 간주하게 돼 있어, 원칙상으로는 현재 제조사들의 조치 자체는 법을 준수한 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교수는 “드론의 경우 개인을 바로 앞에서 찍는 게 아니고 식별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AI 글래스는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해 개인 식별이 훨씬 용이하므로 사생활 침해 우려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누구나 안경을 쓰고 촬영·저장할 수 있는 기기 특성을 고려할 때, 촬영 전 사전 동의나 절차 강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수집·저장된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사후 처리 절차를 투명성 있게 검증 가능하도록 해놔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 기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가 나서 일일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스마트 기기는 나날이 발전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런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기술적 규제에 앞서 불법 촬영이 범죄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험장이나 보안구역 내 반입제한 등의 현실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법적 규제를 즉각적으로 신설해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