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리센느가 가요계를 넘어 엔터가 전반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거제 야호” 밈의 히트를 기점으로 주가가 폭등해 2년 전 발표곡인 ‘러브 어택’이 역주행 히트하며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 곡 ‘프리티 걸’도 차트 10위 안에 안착하며 정주행에 성공했다.
한국인 멤버 4명이 고향 전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가 하면, 각종 TV 및 유튜브 인기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 문의가 줄을 섰다. 광고계 러브콜도 뜨거워 현재 100개 이상의 광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 어느 ‘대세’ 스타도 맛보기 힘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일회성 반짝 히트 아닌, 롱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멤버 원이의 ‘무섭노’ 논란도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번질 수도 있었으나 거침없이 전진 중인 그들의 발목을 잡진 못했다. 오히려 사투리가 활용된 ‘맥락’에 대한 환기가 이어졌고, 원이의 고향인 거제시가 공식적으로 “지역 방언”이라고 확인시켜주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는 논란 전까지 리센느가 누군지 몰랐던 대중까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
사투리 논란 홍역 직후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서 그들의 무명부터 현재까지의 성장 서사가 진정성 있게 그려지며 상승세는 날개를 달았다. ‘전참시’에서는 이들이 오직 꿈과 열정 하나로 열악한 숙소에서 고군분투하며 지내오다 빛을 마주한 현 시점의 모습이 멤버들의 솔직한 인터뷰와 함께 담겼는데, 지방에서 자라난 소녀의 상경 후 고군분투기, 특히 음방은 물론 무대 하나하나가 소중했던 무명의 중소돌의 스토리가 대중의 마음을 울렸다.
방탄소년단(BTS) 이후 근 10년 만에 마주한 이 ‘중소돌의 기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운데, 팬덤 넘어 다수 대중의 알고리즘을 점령한 비결은 바로 이들의 ‘서사’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K팝의 양적 성장 및 글로벌화에 따라 소위 ‘돌판’이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심화 되면서 팬덤이 아이돌의 인기를 주도하는 분위기가 종전보다 훨씬 강화됐고, 아이돌들 역시 철저한 소속사의 기획·관리 하에 팬덤의 열광 포인트를 확실히 캐치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그 자신들만의 서사는 실종됐다.
인위적 서사는 비(非)팬덤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진 못했고, 대중의 열광 포인트가 되지 않았는데 리센느가 그러한 대중의 갈증을 파고든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존 K팝 성공공식과 다른, 중소돌 성장의 모범 사례라 볼 수 있다. 중소돌이 자본이나 홍보 마케팅 수단에서 아무래도 열세였는데 대형기획사에서는 할 수 없는 특화된 감성과 소통 방식이 인지도와 브랜드 구축에 영향을 줬다. 갸루 등 과거의 트렌드를 재발굴해 확산시켜간 점이나 자유롭고 솔직한 내용으로 채워진 콘텐츠들이 주효했다고 본다. K팝이 지나치게 해외 활동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국내 여러 지역으로 눈을 돌려 공익적 활동을 해나가는 데 고무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센느의 ‘맨땅에 헤딩’ 서사는 현 시점 성공이라는 결실의 주요 포인트가 됐지만 그러한 시도를 했던 게, 그들이 대형 아닌 영세 기획사였기 때문이라는 지점은 아이러니하다. 결과적으로 리센느는 중소돌을 넘어 꿈을 향해 달리는 모두가 선망하는 희망의 아이콘이 됐지만, 이들의 사례는 아이돌 업계의 빛과 그림자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달콤쌉싸름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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