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트렌드] AI가 배우 얼굴을 훔치는 시대...디지털 복제, 새로운 권리 전쟁의 시작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뉴컬트렌드] AI가 배우 얼굴을 훔치는 시대...디지털 복제, 새로운 권리 전쟁의 시작

뉴스컬처 2026-07-14 00:00:00 신고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상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배우가 직접 촬영장에 가지 않아도 광고를 만들 수 있고, 오래전 세상을 떠난 배우도 스크린 위에서 다시 연기한다. 입 모양은 자동으로 번역되고 음성은 몇 분 분량의 샘플만으로 거의 동일하게 재현된다. 기술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열었지만 동시에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제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과 몸짓은 연기의 일부를 넘어 AI가 학습하고 재생산하는 데이터가 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는 제도와 권리 보호를 앞서고 있다. AI는 방대한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해 실제 배우와 구별하기 어려운 디지털 복제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배우의 동의 절차와 보상 기준, 복제물의 활용 범위를 규정하는 제도는 아직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배우의 권리는 출연 계약과 초상권 정도로 설명됐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는 얼굴과 음성, 표정, 걸음걸이, 말투, 연기 습관까지 모두 경제적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배우 개인의 정체성 자체가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연극배우협회와 KDDC는 배우의 얼굴과 음성, 표정, 움직임 등을 공식적으로 등록·관리하는 'Digital DNA'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배우의 디지털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AI 환경에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문화산업 전반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연극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게임, 메타버스, 버추얼 콘텐츠까지 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배우의 디지털 권리는 문화산업 전반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은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배우는 사라져도 얼굴은 남는다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과거 영상 제작은 배우의 실제 출연이 전제였다. 하지만 AI는 이 공식을 바꾸고 있다. 고해상도 얼굴 스캔과 음성 합성, 모션캡처 기술이 결합하면서 배우는 한 차례 촬영만으로도 오랫동안 새로운 콘텐츠에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작사는 촬영 기간과 제작비를 줄일 수 있고 콘텐츠 제작 일정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해외 영화사들은 디에이징(De-aging), 가상 촬영, 자동 더빙 등에 AI 배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배우가 현장에 없는 상황에서도 광고와 게임, 영상 제작이 가능한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배우의 권리 보호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의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특정 광고나 작품에 한해 활용이 허용됐더라도 AI가 만든 디지털 복제물이 다른 광고나 게임, 영상 콘텐츠에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계약 체계만으로는 이러한 활용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명 배우와 신인 배우들은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계약서에 포함된 AI 활용 조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장기간 디지털 권리를 넘기는 사례가 해외에서는 이미 논란이 됐다. 일부 배우들은 AI 복제 관련 계약을 거부했다가 출연 기회를 잃었다는 사례도 공개되면서 업계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결국 배우의 디지털 권리는 초상권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재산권이자 직업적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얼굴과 목소리는 더 이상 연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콘텐츠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Digital DNA'가 새로운 보호 장치가 될까

이러한 환경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개념이 Digital DNA다.

Digital DNA는 배우의 얼굴 형태와 음성, 표정, 움직임, 연기 특성 등을 공식 데이터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소유권과 이용 이력, 활용 범위, 동의 여부까지 함께 관리하는 디지털 권리 관리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공식적으로 등록함으로써 무단 복제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사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권리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핵심은 데이터 확보보다 배우의 동의 절차를 명확하게 기록하고 활용 범위를 계약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연극계가 Digital DNA 구축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연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권리 관리 체계가 미흡했던 분야다. 배우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배우뿐 아니라 성우와 가수, 방송인, 인플루언서 등 얼굴과 음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직군 전반으로 디지털 권리 관리 체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I 시대, 배우의 권리가 산업 경쟁력이 된다

'제3회 한-유럽연합 저작권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과 EU가 추진 또는 시행 중인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정책과 제도를 살펴보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논의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3회 한-유럽연합 저작권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과 EU가 추진 또는 시행 중인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정책과 제도를 살펴보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논의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배우의 권리를 위해서 해외에서도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노조(SAG-AFTRA)가 AI 복제 배우 활용 시 사전 동의와 별도 보상을 요구하며 이를 단체협약에 반영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디지털 복제 배우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도 배우 노조는 무분별한 디지털 스캔에 반대하며 배우의 동의 없는 AI 활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딥페이크와 음성 합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초상권만으로는 배우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와 법조계에서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권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AI는 배우의 연기 습관과 감정 표현까지 학습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배우가 실제 촬영하지 않은 장면에서도 특정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구현하는 기술은 이미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우의 경쟁력은 연기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등록하고 관리하며 어떤 범위까지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권리 관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배우의 얼굴은 더 이상 카메라 앞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서버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안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 문화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술 활용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배우의 디지털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Digital DNA 구축은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자 AI 시대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