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호주 SMC ‘주식회사’ 간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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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호주 SMC ‘주식회사’ 간주 동상이몽

한스경제 2026-07-13 19:16: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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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CI./각 사
고려아연·영풍 CI./각 사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지난해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최근 법원이 이를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당시 임시주총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호주 계열사인 SMC를 활용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후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놓고 영풍·MBK 측과 고려아연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동상이몽(同床異夢) 반응의 핵심 쟁점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로서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장지혜)는 지난 10일 영풍이 박기덕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영풍의 청구를 인용하고 박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법원 “고의적 불법행위...박 대표 손해배상금 1억 지급”

13일 영풍·MBK 측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고려아연의 작년 1월 임시주총에서 해외 계열사인 SMC를 활용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뒤 이를 근거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당시 주총 의장인 박 대표의 불법행위책임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앞선 가처분 결정들이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판단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한 첫 본안 민사판결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인 SMC가 주식 양도 제한, 주주 수 제한, 상장 제한 등 폐쇄적 구조를 가진 회사로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MC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전제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박 대표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법원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목적과 박 대표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 위법성 판단 이은 손배책임 인정 첫 본안 민사판결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을 앞두고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편으로 SMC를 통한 상호주 취득을 검토했다"고 법원이 인정했고 박 대표 역시 의결권 제한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일환이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판결문에 적시한 것이다.

동시에 법원이 최윤범 이사 측의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행위”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제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법원은 박 대표가 고려아연 대표이사이자 SMC 이사로서 상호주 형성과 의결권 제한 전 과정에 직접 관여했고 법률적 쟁점과 결과를 충분히 숙고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의결권 제한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 대표는 주주권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적어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한 채 의결권 제한을 강행했기에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의결권 제한이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닌 주총 결과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 SMC, 상법상 ‘자회사’ 미해당...영풍 의결권 제한

10일 발표된 법원의 판결문에는 영풍의 의결권이 인정됐다면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과 고려아연 측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적시돼 있다. 결국 최대주주인 영풍은 의결권 행사 자체를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임시주총을 통해 관철하려 했던 경영권 행사라는 실질적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영풍이 주총 연기와 법률 검토를 요청했음에도 고려아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풍에게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방어할 실질적인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를 진행한 점도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영풍·MBK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단순히 손해배상금 1억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이러한 불법행위를 주도한 경영진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주 평등 원칙과 주주의 의결권이 회사법상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물론 경영권 방어라는 명분 아래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며 “향후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 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경영권 방어 정당성...대법원 최종 인정”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작년 1월 임시주총 당시 SMC가 상법상 고려아연의 주식회사였다는 사실은 이미 1·2심 법원 결정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한 10일 손해배상 판결은 지난해 1월 열린 임시주총에 관한 사건이므로 같은 해 3월 열린 정기주총과 무관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측은 “현재 회사 지배구조의 기반이 되는 작년 3월 열린 정기주총의 효력과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은 이미 대법원에서 최종 인정받았다”며 “이번 판결이 고려아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정당성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작년 1월 임시주총 국한 판결...항소 의사 피력

고려아연 입장문에 따르면 10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법률전문가 등의 검토를 거쳤다 하더라도 박 대표가 임시주총 의장으로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란 주장이다. 동시에 영풍·MBK 측의 주장처럼 의결권 제한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단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영풍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MBK 측(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손해배상청구가 이번에 전부 기각된 사실도 꼬집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측이 MBK의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된 부분은 제외한 채 법원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된 것처럼 판결 내용을 과장·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계열사 SMC가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고려아연 측은 “SMC는 주식(shares)을 발행하고 주식에 의한 유한책임(limited by shares)을 지는 회사로서 상법상 주식회사의 본질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며 “작년 1월 박 대표가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한다는 점과 관련 외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비롯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상법 규정을 적용했고 주총 의장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임무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위자료 지급 판결에 대해 항소를 통해 그 법적 정당성을 적극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 “SMC 상법상 주식회사 충족...대법원 심리서 소명”

이달 10일 내려진 선고와 관련 2025년 1월 임시주총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사건은 현재 고려아연의 재항고에 따라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의 회사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 소명해 왔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는 영풍·MBK 측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여론전에 단호히 대응하고 적대적 M&A 시도를 저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핵심 전략 광물의 생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함으로써 미래 성장 동력과 기업가치를 보호, 주주가치를 한층 더 제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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