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반도체에서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기가와트(GW)급으로 대형화되면서 GPU 확보보다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설비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13일 전력기기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GPU와 서버뿐 아니라 초고압 변압기와 송배전 설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관리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수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전력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완공 자체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구글 등은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력회사와 장기 전력공급 계약(PPA)을 체결하거나 변압기 공급 일정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역시 데이터센터 건설과 함께 전력 인프라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공급망의 병목이 GPU에서 전력설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GPU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공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변압기와 초고압 개폐기는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워 납기가 수년씩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전력업계에서는 초고압 변압기 납기가 2~4년까지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송배전망과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AI 산업 성장 자체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GTC에서 향후 AI 팩토리가 1GW를 넘어서는 전력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수십MW 규모였던 데이터센터가 이제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배전설비와 전력관리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북미를 중심으로 변압기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호황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과 민간 AI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전력 인프라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도 결국 송전망과 변전설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AI 산업의 관심이 GPU 성능 경쟁에서 AI 팩토리 구축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전력기기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서버는 확보했더라도 전력 공급이 늦어지면 수조 원을 투자한 데이터센터가 가동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엔비디아 GPU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변압기와 전력망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AI 데이터센터 완공 시점을 결정한다"며 "AI 공급망의 핵심 축이 반도체에서 전력 인프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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