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타 지역 박람회에서는 대학들에게 8시간 연속 상담을 강요하면서 식사조차 제공하지 않거나, 대학의 인지도에 따라 부스 참가비를 차별해서 받는 등 심각한 ‘갑질’ 행태까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행사에 참석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 A씨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날 폭염경보가 내린 날씨에 1만 명 이상이 몰렸지만, 실내 냉방이 전혀 되지 않아 밖과 다를 바 없는 찜통더위였다”며 “대형 선풍기가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거나 무용지물이었고, 항의를 해도 주최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상담하는 대학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것은 부스당 생수 단 두 병이 전부였고, 추가 지급조차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문객과 대학 관계자들의 불편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사전에 안내된 종일 주차 요금은 3000원이었으나, 출차 시 정문 요금소에서 일일이 개별 결제를 진행하도록 시스템을 방치한 것이다.
A씨는 “미리 주차권을 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출구에서 직접 결제하게 만드는 바람에, 차를 빼는 데만 30분에서 1시간 이상 갇혀 있어야 했다”며 주최 측의 미숙한 행정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 관계자 B씨는 “교육청이 사정관 1명당 20분씩, 총 18명만 상담하도록 번호표를 정해서 배부하라고 했다”며 “오전 10시에 오픈하자마자 10시 반이면 모든 번호표가 동이 나버렸고, 늦게 온 수험생들은 번호표가 없다는 이유로 상담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노쇼(예약 부도)가 발생하거나 현장 대기자를 유연하게 받으면 충분히 더 많은 학생을 상담할 수 있었음에도, 업체가 세팅한 방식대로만 끌려다니는 교육청 탓에 상담을 받지 못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항의는 고스란히 대학들이 떠안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오후에 상담이 일찍 끝난 대학들조차 행사 종료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등 불합리한 운영이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 C씨는 “이번 주에 열리는 영남권의 한 박람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부스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라고 강제하면서, 중식조차 제공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인간적으로 밥도 주지 않으면서 8시간 내내 떠들라고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택배 배송 날짜까지 주최 측 마음대로 도착일을 엄수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한 지역의 박람회 측은 뒤늦게 참가를 결정한 우리 대학에 부스비를 요구하길래 ‘돈을 내야 한다면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돈 안 내도 되니 그냥 오시라’고 말을 바꿨다”며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행사가 완전히 배짱 장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덜어주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대입박람회가 주최 측의 무능과 사설 업체의 상업성에 휘둘리면서 그 피해는 온전히 수험생과 대학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취재에 응한 각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각 지역 교육청들이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박람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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