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수성에 나선다. 지난 2019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사실상 처음 연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힌지와 디스플레이 기술력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화웨이와 아너,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이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 대용량 배터리, 새로운 화면 구조를 앞세워 삼성전자의 기술 우위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여기에 애플까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준비하면서 삼성전자가 구축한 폴더블 왕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열고 차세대 갤럭시 폴더블 제품군을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언팩 초대장을 통해 지능형 기능과 혁신적인 폼팩터를 결합한 차세대 갤럭시 기기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새 제품이 더욱 개인화되고 사용자 환경에 적응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AI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행사는 영국 현지시간 오후 2시, 한국시간 오후 10시부터 진행된다.
이번 언팩은 단순한 하반기 신제품 발표를 넘어 삼성전자가 여전히 폴더블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업인지를 증명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 폴더블 원조 삼성, 중국 공세에 독주체제 '흔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이후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초기 시장에서는 접히는 디스플레이와 힌지 내구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최적화 등을 앞세워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보다 얇고 가벼운 폴더블폰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화웨이는 북 형태 폴더블폰을 넘어 화면을 두 번 접는 트리폴드 제품까지 선보이며 폼팩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아너와 오포, 비보 등도 초슬림 설계와 빠른 충전, 대용량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두께와 무게를 공략하고 있다.
폴더블 시장의 경쟁 기준도 변했다. 과거에는 화면이 실제로 접힌다는 사실과 내구성 자체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부담이 적은 무게와 두께, 배터리 사용시간, 카메라 성능이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좌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전작에서 제품 두께와 무게를 크게 줄이며 대응했지만 중국 업체들이 하드웨어 사양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화웨이의 영향력이 삼성전자를 크게 앞선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은 가운데 화웨이는 자국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폴더블 제품군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내수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너와 오포 등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폴더블 제품 판매를 늘리며 삼성전자의 주요 프리미엄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원조’라는 상징성만으로 시장의 왕좌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다.
▲ 더 넓고 가볍게…삼성, AI 폴더블로 반격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폴더블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폴더블 화면에 최적화된 갤럭시 AI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Z폴드8과 최상위 모델, 갤럭시 Z플립8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가로 폭을 넓혀 콘텐츠와 멀티태스킹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무게와 두께, 화면 주름, 배터리 성능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제품명과 세부 사양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인 만큼 변동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울 핵심 차별점은 폴더블 하드웨어와 AI의 결합이다. 폴더블폰은 제품을 접거나 펼치는 상태에 따라 화면 크기와 사용 방식이 달라진다. AI가 화면 상태와 사용자의 작업 맥락을 인식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면 일반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펼친 상태에서 한쪽 화면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다른 쪽 화면에는 AI가 작성한 회의 요약과 관련 자료를 동시에 띄울 수 있다. 기기를 반쯤 접은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화면에 번역 문장을 표시해 대면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국 업체들이 두께와 배터리 등 하드웨어 사양을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와 AI, 기기 간 연결성을 통해 추격하기 어려운 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워치, 이어폰, PC를 연결하는 갤럭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과의 AI 협력, 운영체제 최적화, 멀티태스킹 경험까지 폴더블 화면과 결합하면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가 초대장에서 차세대 제품의 세부 사양보다 ‘지능형 기능’과 ‘개인화된 경험’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 애플도 참전…삼성 점유율 31% 사수할까
삼성전자에 더 큰 변수는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올해 하반기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실제 시장에 진입하면 폴더블폰은 일부 얼리어답터를 위한 틈새 제품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요 제품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1%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애플이 29%까지 점유율을 확보해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화웨이도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한때 독점하다시피 했던 폴더블 시장이 삼성·애플·화웨이의 3강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애플의 참전은 삼성전자에 위기이자 기회다.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하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전체 시장도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7년 이상 축적한 힌지 내구성과 경량화,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을 애플 제품과 직접 비교해 보여줄 기회도 생긴다.
반면 프리미엄 충성 고객을 보유한 애플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을 경우 삼성전자의 북미와 유럽 시장 점유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의 진입 첫해 예상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불과 2%포인트 차이로 전망되는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다.
폴더블 시장 확대는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전년보다 약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의 시장 진입과 북 형태 폴더블폰 수요 확대가 패널 시장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폴더블 패널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면 완제품 시장의 경쟁과 별개로 패널 사업에서는 수혜를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 MX사업부에는 폴더블 시장 확대 자체보다 1위 수성이 더 중요한 과제다. 시장이 커지더라도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브랜드 영향력이 낮아지면 ‘폴더블 시장을 만든 기업’이라는 선도자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시장을 처음 열었지만 이제는 시장을 만든 기업이 아니라 왕좌를 방어해야 하는 기업이 됐다. 중국 업체들은 얇고 가벼운 제품과 새로운 폼팩터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고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와 생태계를 앞세워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2일 공개될 신제품의 성패는 몇 ㎜ 더 얇아졌고 몇 g 더 가벼워졌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새로운 화면 구조가 소비자의 사용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 갤럭시 AI가 폴더블 화면에서 일반 스마트폰과 다른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시장의 개척자라는 과거의 성과를 넘어 AI 시대에도 시장의 기준을 결정하는 선도자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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