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운영 실태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들여다보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오는 22일 열린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축구계 주요 인사들이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이영표 K축구혁신위원회 위원은 예정된 방송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장 역시 같은 날 유소년 축구대회 개막식이 예정돼 있어 출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역 국가대표 손흥민에 대한 참고인 신청은 소속팀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해 철회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이영표, 방송 일정 이유로 청문회 불참 의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2일 오전 10시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문체위는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함께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도 의결했다.
증인 명단에는 이영표 위원과 박지성 위원장 등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국가대표 출신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위원은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먼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 측 관계자는 뉴스1에 “해당 날짜에 방송 일정이 예정돼 있다”며 “아직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받지는 않았지만 불참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출석 요구가 공식적으로 전달되기 전이지만, 이미 잡힌 일정을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위원은 대한축구협회 개혁을 위해 출범한 K축구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회가 축구계 내부의 시각과 협회 정상화 방안을 듣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현재로서는 청문회장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박지성도 유소년 대회 일정…손흥민 신청은 철회
박지성 위원장도 22일 국회에 출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이름을 내건 ‘2026 박지성 U12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라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에 이어 박 위원장까지 참석이 불투명해지면서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의 청문회 출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역 국가대표팀 선수 손흥민도 당초 참고인 명단에 포함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손흥민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LA FC의 미국메이저리그사커 일정이 청문회 전후로 예정돼 있어 물리적인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출범식에 참석해 있다 / 뉴스1
결국 손흥민에 대한 참고인 신청은 철회됐다. 국회 문체위 소속 임오경 의원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청문회를 만들기 위해 증인 신청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 의견과 선수들 경기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흥민은 이번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현역 선수의 경기 일정과 대표팀 선수에게 가해질 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축구협회 운영 실태·감독 선임 절차 집중 점검
이번 청문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확인하고, 향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축구협회와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진 만큼 청문회에서는 감독 선임 절차와 의사결정 과정, 책임 소재를 둘러싼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 위원과 박지성 위원장은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선수 출신이자 현재 K축구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다. 국회가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위원은 불참 의사를 밝혔고 박 위원장도 기존 일정으로 출석이 불투명한 상태다. 손흥민에 대한 참고인 신청까지 철회되면서, 청문회에 실제로 출석할 축구계 인사와 증언의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불참 사유를 어떻게 판단할지, 추가 증인이나 참고인을 채택할지도 관심사다. 청문회가 축구협회 운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규명하는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관계자들의 출석과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명보는 출석 선언…“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새벽 조현우 등 선수들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 축구팬들 야유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반면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홍 전 감독은 지난 9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홍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고,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청문회가 열린다면 그 자리는 월드컵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설명드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그 자리에 서야 할 사람도 감독인 저”라고 출석 의사를 전했다.
문체위는 홍 전 감독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홍 전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감독인 저에게 있다”며 “감독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책임 역시 저 혼자 끝까지 감당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여러분 앞에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며,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를 발표했지만 당시 별도의 질의응답은 하지 않았다.
귀국 이후 이틀 만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면서 이른바 ‘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홍 전 감독은 이에 대해 자신과 가족을 향한 협박과 신변 안전 우려가 있었다며 “결과를 외면하거나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영표 위원이 불참 의사를 밝히고 박지성 위원장의 참석도 불투명한 가운데, 홍 전 감독은 청문회 출석을 공식화했다. 오는 22일 청문회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어떤 사실과 책임 공방이 오갈지 축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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